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44)씨가 속칭 '민경찬 펀드'를 추진하게 된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민경찬 펀드의 653억 자금모집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펀드의 실체를 짐작케 할 만한 단서들이 하나 둘씩 포착되고 있다.병원 인수 추진한 듯
민씨의 한 지인은 3일 "민씨가 평소 '재정난에 처해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인 부실 지방병원 10여곳을 인수해 정상화한 뒤 프리미엄을 받고 파는 이른바 벌처 펀드형 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이 지인은 "민씨가 친구 한 명에게 '내가 돈을 모아 줄 테니 펀드를 운영하는 사장 역할 좀 해달라'고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적도 있다"며 "민씨가 펀드설립을 통해 병원 사업을 다시 시도하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민씨가 당초 '시드먼'의 투자목적의 하나로 제시한 '부동산투자'는 결국 병원사업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부실로 매물시장에 나온 병원 부동산 등에 전문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종의 구조조정 펀드를 구상했다는 것. 여기에는 최근 법원 경매에 부쳐진 자신 소유 병원(김포 푸른솔병원)을 다시 사들이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듯 하다. 민씨 역시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2월에 내가 (푸른솔병원을) 낙찰받아 의료법인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민씨의 다른 친구도 "(민씨가) 병원 부도 후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실의에 빠져 지내다가 자금을 모아 병원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신용불량 상태인 민씨가 금융거래 제한으로 은행 대출 등이 어렵게 되자 우회적으로 사업자금을 모집한 것이나 다름없어 위법시비 등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민씨가 처음엔 단순히 병원사업을 목적으로 한 부동산펀드 설립을 추진했지만 예상 외로 자금이 많이 몰리자 펀드의 성격에 다소 혼란이 생겼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실제로 민주당 조재환의원에 따르면 민씨는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대면조사에서 "나도 돈이 왜 이렇게 많이 들어왔는지 모른다. 당초 100억원을 목표로 모금활동을 했는데 대통령 친인척이란 걸 알고는 돈이 많이 들어온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은자금 합법화 방편 논란
민씨는 자금 모집 과정에서 중간 조직책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조직적인 모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투자자들의 신원을 묻는 질문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7명이 대책회의에서 상의하고 5억, 10억 단위로 받아 47명이라는 보고만 받았다. 투자자들은 10원하나 못 건져도 원망하거나 후회하지 않을 사람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프리젠테이션이나 사업설명회, 광고도 없었는데 653억원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며 "이는 목적이 불분명한 돈이라는 점에서 총선자금 등 검은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민경찬펀드는 민씨가 의도했든 안 했든, 검은 자금을 합법화하기 위한 불법적 방편이 된 셈이어서 사법당국의 단죄대상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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