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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수명연장 가속화"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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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수명연장 가속화" 대책 시급

입력
2004.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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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04년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는 인간의 수명 연장과 이에 따른 사회적 변화가 주요 이슈로 제기됐다. 총회에 참석한 주요 국제단체 대표들은 최근 각국에서 나오고 있는 수명 연장에 관한 예측분석 자료들이 변화의 급격한 속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개개인과 정부가 잘못된 계획을 세우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현재 예상 보다 긴 노후를 준비해야 하며 정부는 노령 인구 증가로 인한 경제적 비용, 각종 사회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세계적 수명 연장 추세

지난 해 공개된 영국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 65세였던 남녀의 경우, 남성은 81세, 여성은 84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됐다. 또 지난 2년간 기대수명은 매년 0.75%씩 늘어났지만 앞으로는 매년 1%씩 상승, 수명 연장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25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도 지난 100년간 수명이 현저하게 연장됐다. 1910년에 태어난 일본 여성의 기대수명은 1960년 이후 4년마다 1년씩 늘어났다. 60년 이전에는 18년마다 1년씩 늘어났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이 같은 현상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의 기대수명도 선진국에서와 비슷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2000년 65세였던 기대수명이 2045년엔 75세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노령 인구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9년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섰고 2022년에는 14%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엔은 2000년 당시 전세계 60세 이상 인구의 수를 약 6억 명으로 추산했다. 50년 전에 비해 세 배 정도 늘어난 수치이다. 게다가 50년 후에는 이 인구가 또 다시 세배 증가해 20억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선진국에서 현재 전체인구의 5명 중 1명 꼴인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50년엔 3명 중 1명 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명연장에 따른 제반 문제

현재 행해지고 있는 예측과 분석이 가지는 한계가 우선 문제다. 독일의 막스 플랭크 인구통계 연구소의 설립자 제임스 보펠 박사는 "현재 인구 통계 자료산출은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데 생물학적 한계가 있어 머지않아 수명 연장 추세가 끝날 것이라는 가정에 바탕하고 있다"며 "과학 기술 발달로 이 한계를 극복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산출된 자료로는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잘못된 예측이 정부 등 공공기관의 정책 결정을 왜곡하고 또 개인이 얼만큼 저축하고 언제 퇴직할 것인지 등에 대한 삶의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도 잘못된 방향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결국 개인들이 대책 없는 노후를 맞게 된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왓슨 와이엇 국제사업부의 에릭 로프그렌은 "사람들이 여생을 실제보다 짧게 예상하는 경향이 있어 개인연금 고객 대부분은 해마다 연금을 수령하는 것보다 일시 지급을 선호한다. 때문에 현재 노령인구의 55%가 죽기 전에 돈이 바닥나고 사회 보장 제도에 의존해 근근이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령 인구가 겪을 경제적 문제는 정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수명은 연장됐지만 경쟁 심화 등으로 실질적 퇴직 연령은 낮아지고 있는 것이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영국 보험수리학회의 리처드 윌레츠는 "65세의 나이에 남은 기대수명이 15년에서 22년으로 늘어나면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연금 등의 비용은 50%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수명 연장에 관련된 사회적 문제가 '21세기에 국가가 다루어야 할 핵심 전략적 이슈'라고 보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병약하고 각종 장애를 지닌 노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의료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는 견해도 많다. 영국 맨체스터대 노인의학과 교수 레이먼드 탈리스 교수는 "노령 인구가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노령인구는 점점 더 건강하고 정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듀크대의 케네스 맨튼 연구팀의 자료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준다. 82∼99년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30% 증가했지만 이중 큰 병을 앓고 있는 비율은 26.2%에서 19.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스포츠카도 노인용 "실버마케팅"

급속히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맞춰 기업들도 앞 다투어 마케팅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사활을 건 노년층 마케팅과 관련,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탈리아의 유명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페라리가 최신 스포츠카 디자인까지 노년층의 입맛에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대시속 300㎞에 날렵한 외양을 갖춘 빨간색 스포츠카의 평균 구매연령은 놀랍게도 거의 50세에 가깝다. 구매력을 갖춘 노년층이 증가한 결과다. 페라리는 넓은 내부공간을 선호하는 이들의 취향에 맞춰 2인용 스포츠카의 뒷좌석 공간을 넓히고 내리고 탈 때 편의를 위해 문턱 높이를 조정했다. 이런 경향은 미국의 제네럴 모터스, 일본의 마즈다 등 자동차업계에 이미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 노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에겐 풀기 어려운 숙제다.

영국의 광고 전문가 사이먼 실베스터는 "흔히 젊은 층은 광고를 보고 새 브랜드를 선택하는데 이들을 겨냥한 전통적 홍보 전략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 소비층이 줄어들면서 신상품의 '빅히트'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러한 예상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인의 75%는 거래 은행을 옮기기를 극도로 꺼린다. 대부분 여성들은 자신이 쓰는 청결 제품의 브랜드를 거의 바꾸지 않으며 35세 이상 유럽인들이 즐겨 마시는 술도 대체로 고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은 또 몸에 밴 익숙한 습관을 고수한다. 노년층 소비자의 대다수가 휴대폰을 갖고 있지만 말 그대로 '통화'만 한다. 새 상품인 문자 메시지의 98%는 35세 이하 젊은 층만 이용한다.

통신업계는 비디오폰 등 차세대 통신기기에도 비슷한 현상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음악업계의 고민도 마찬가지. 35세 이상 인구는 새 가수 대신 '베스트 앨범'만 찾는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앞으로 수십년에 걸쳐 노령화될텐데 이들이 보일 행동 양식을 분석하고 대처 방식을 찾는 것이 기업들의 최대 생존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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