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이라크 전쟁 명분에 대한 비난 여론을 수용했다. 부시 대통령은 2일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등 미국의 이라크 전쟁 관련 정보의 진위과 관련,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며 "위원회는 초당적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위원회는 이번주 내 공화당, 민주당 의원 및 민간 전문가 등 9명으로 구성돼 과거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조사한 워런 위원회와 같은 형태로 내년까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압박에 밀린 부시
특별 위원회를 구성하라는 정치적 압력은 이라크 WMD 수색을 맡았던 데이비드 케이 전 이라크서베이그룹(ISG) 단장이 최근 "우리는 모두 틀렸다. 이라크에는 WMD가 없다"고 밝힌 이후 가중됐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말 고심 끝에 조사위 구성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케이 전 단장의 발언 이후 공화당 의원들까지 속속 조사를 요구하고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이를 대선 쟁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백악관의 위기 의식이 커졌다. 상원 외교관계위의 척 하겔(공화) 의원은 CNN 방송에 나와 "초당적이고 독립적으로 우리의 위치를 점검해야 한다. 이는 미국 정보기관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미국 정부 및 지도자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라며 부시 대통령을 압박했다.
'선제공격론' 토대 위협
부시 대통령의 조사위 구성 결정은 미 행정부가 이라크 WMD 논란으로 촉발된 현 상황을 '상당한 위기'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라크 WMD 정보 오류 문제가 부시 행정부 대외정책의 핵심인 이른바 '선제공격론'의 토대를 위협할 정도로 파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 전 단장은 최근 퇴임 후 이를 정확히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 이라크 WMD 정보에 오류가 생겼는지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이란과 북한, 시리아 등이 중대한 위협을 제기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믿지 못할 것"이라며 "선제공격 정책은 완전하고 정확한 정보가 기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에 물타기 의도도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조사위 수용이 곧 '이라크전 명분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식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정보 오류를 인정한 바탕 위에 왜 실수가 생겼는지를 알아내야 한다는 케이 전 단장의 주장과는 달리 조사위는 그보다 광범위한 문제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사위가 테러조직 및 북한과 같은 의혹 국가들에 대한 정보 습득 문제에까지 손을 댈 예정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뉴욕 타임스는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위원회는 이라크 WMD 정보 사례를 이용, 비밀에 싸인 국가에 침투해야 하는 어려움을 살펴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사위가 오히려 미 정보기관에 '면죄부'를 줄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부시 대통령은 조사위 활동 시한도 내년까지로 늘렸다. AP 통신은 또 부시 대통령 스스로 조사위 구성을 발표함으로써 위원 임명이나 임무에 대해 주도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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