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일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불법 경선자금 의혹을 걸어 민주당이 제출한 고발장을 중수1과에 배당함으로써 일단 수사에 착수하는 형식을 갖췄다. 그러나 수사범위 및 방법에 대한 검찰과 정치권의 인식차가 워낙 커 수사방향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송광수 검찰총장은 이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단서가 있으면 그것이 대선자금으로 쓰였든, 경선자금으로 쓰였든 당연히 수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부터는 경선자금을 수사한다'는 식의 접근법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기업 수사 과정에서 경선자금 용도로 돈을 제공한 단서가 포착되면 가리지 않고 수사하겠지만 경선자금 자체를 염두에 둔 수사는 어렵다는 뜻이다. 안대희 중수부장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돈에 꼬리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선자금을 별도 주제로 한 수사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기업은 늘 수사만 당하고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및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자의 전체 경선자금 내역을 규명하자는 민주당의 요구와 각도를 달리하는 접근법이다. 지금까지 수사과정에서 노 대통령과 한화갑 의원, 그리고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경선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듯이 향후 수사도 이런 방식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의 생각이다.
검찰의 이 같은 입장은 수사원칙론에는 명쾌하게 부합하지만 현실적, 정치적 함수관계를 대입하면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 만은 않다. 대선자금 수사만 해도 SK의 100억원대 불법 대선자금 제공사실이 포착된 것이 전면 수사착수의 계기였다. 이후 불법 대선자금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같이 일었고 일반적인 수사원칙에 어긋나지만 검찰은 이를 수용했다. 이에 대해 안 부장은 "당시에는 최돈웅 의원이 SK외 다른 기업으로부터도 돈을 받은 단서가 일부 확보돼 있었다"며 "결코 단순한 추론만 갖고 시작한 수사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의 원칙대로 단서가 확보된 불법 경선자금을 문제삼을 경우 한화갑 의원의 경우처럼 형평성 시비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라는 점이 난처한 대목이다. 안 부장은 "교통단속에 적발되면 누구나 '왜 나만 단속하느냐'는 불만을 갖는다"며 "적발해 놓고도 봐줬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단속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의 경선자금 수사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치권에서 특검 도입 등으로 지속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점도 검찰의 어깨를 무겁게 만드는 요인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