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지난달 31일은 조간신문사의 정기휴일인 토요일이었다. 일요일(1일) 정상적으로 출근한 농구담당 기자들은 한국농구연맹(KBL)이 팩스로 보낸 보도자료 한 장을 발견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보도자료를 통해 KBL이 지난해 12월20일 SBS―KCC전 경기중단 사태와 관련해 SBS에 부과한 제재금(3,000만원)을 전액 사면키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언론사의 휴일을 이용했을 뿐 아니라 1일은 올스타전 본게임을 보도하느라 지면사정이 허락치 않을 것이라는 것까지 계산한 KBL의 꼼수에 사상 초유의 '몰수경기' 사태는 결말 없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있다.
KBL은 주심과 부심 및 SBS단장, 코치에게 내린 자격 정지 처분을 1년 이내로 대폭 단축시켰다. 그것도 자격정지 기한이 대부분 4월11일이어서 사실상 2004∼05 시즌에는 복권된다. KBL은 "올스타전의 슬로건인 화합 차원에서 사면을 단행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당초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며 SBS에 1억원의 무거운 제재금을 물렸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한다는 초강수를 뒀던 KBL의 태도를 상기할 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단장들의 '협박성 건의'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많은 농구인들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사건에 대한 제재를 두번씩이나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것은 완전 코미디"라며 씁쓸해 한다. 이번 '올스타전 특별사면'을 보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회에서 애용되던 '날치기 통과'를 떠올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김영기 총재를 비롯해 한때 물러나겠다고 공언하던 KBL 집행부가 앞으로 어떤 명분으로 집행부를 꾸려갈지 걱정이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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