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의 독립적 위상을 명문화한 1998년 한국은행법 개정이후 임명된 금융통화위원 15명(당연직 제외)중 절반에 달하는 7명이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나머지 금통위원들은 한은(3명)과 학자(4명) 일색이었으며, 순수 민간 뱅커는 한명도 없었다.정부의 낙하산식 임명과 재경부-한은 위주의 나눠먹기식 인사로 금통위는 추천제 자체가 무색해졌으며, 이 같은 인적 구성의 획일성으로 인해 통화신용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김종창 기업은행장이 금통위원에 임명됨으로써 금통위를 상근화한 98년 이후 7번째 재경부 출신 금통위원이 탄생했다. 당연직인 한은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15명의 역대 금통위원중 재경부 출신으론 김영섭·장승우·강영주·김병일씨 등이 거쳐갔으며, 현 금통위원 중에도 남궁훈·이근경·김종창씨 등 3명이 재경부 OB다.
무색한 임기제
금통위원 임기는 4년. 임기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2년 단위로 3명씩 임기가 교차토록 되어 있다. 그러나 재경부 출신 금통위원들의 잦은 교체로 임기는 뒤죽박죽이 됐다. 전임자가 중도 사퇴할 경우 후임자는 잔여임기를 승계하게 돼 김종창 위원(김병일 기획예산처장관 후임)은 실질임기가 2년2개월, 이근경 위원(강영주 증권거래소이사장 후임)은 고작 1년10개월여에 불과하다. 오랜 시간 심도있는 시장분석과 정교한 판단이 요구되는 금통위원 자리가 재경부의 인사구도에 휘둘리면서 사실상 '거쳐가는 자리'로 전락한 셈이다.
무색한 추천제
재경부장관 한은총재 금감위원장외에 은행연합회장 대한상의회장 등에 금통위원 추천권을 부여한 것은 민간금융계와 업계의 시각을 반영함으로써 재경부 한은 금감위 등 관(官) 중심으로 흐르기 쉬운 통화정책에 실물감각과 균형감을 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는 민간 뱅커들은 한사코 배제한 채, 지금까지 3차례의 추천권을 모두 재경부(장승우 김병일 김종창)에 선물했다.
획일적 구성
7명으로 구성된 현 금통위는 재경부 출신 3명 한은 출신(당연직인 총재·부총재 포함) 3명 교수출신 1명으로 짜여졌다. 이중 한은 출신의 김원태 위원과 재경부 출신의 남궁훈·이근경 위원의 임기가 4월 종료되지만, 후임추천권을 각각 한은 재경부 금감위가 쥐고 있어 3대3대1 구도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언뜻보면 재경부와 한은이 동수로 구성돼 균형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은 역시 광의의 정부기구임을 감안하면 민간 출신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경부와 한은의 절묘한 타협이자 나눠먹기'란 비판도 있다. 금통위원을 역임했던 고려대 황의각 교수는 "금통위에 재경부 출신이 너무 많다. 한은 출신이 많아지는 것 역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며 금융계 등 민간부문 인사들이 보다 많이 충원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 美 FRB 이사회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에 비견되는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의 이사회(Board of Governor) 멤버들은 대부분 풍부한 민간 금융경력을 가진 경제학 박사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관 경력 일변도의 국내 금통위원들과는 달리 이들은 이론과 현실감각을 겸비한 인물들이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포함한 7명의 이사회 멤버중 퍼거슨 부의장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파트너와 금융전문 변호사를 거쳤다.
에드워드 그림리치 이사(경제학 박사)는 미시건대학 공공정책대학장과 연방예산국 경력을 갖고 있으며, 수전 쉬미트 비에즈 이사(경제학 박사)는 회계감사분야 전문가다. 마크 올슨 이사는 의회경력과 함께 언스트 앤드 영의 파트너를 역임했으며, 벤 버난케 이사(경제학박사)는 뉴욕대 교수 출신으로 오랜 기간 지역 연준에서 근무했다. 연준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한 도널드 콘 이사도 경제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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