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담당기자가 된 후 시승 요청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아봤지만, 운전실력을 물어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수동변속기 차로만 10년이 넘는다"고 답변했다. 그제서야 "그럼 이 차 한번 타보시죠"라는 권유의 말을 들었다. 'BMW330Ci 클럽스포츠'(사진)는 이런 자존심 구기는(?) 사전테스트를 거쳐 시승할 수 있었다.BMW3 시리즈는 민첩성과 코너링 능력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차이다. 그 중 330Ci클럽스포츠는 M3를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성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원표에 3리터 직렬 6기통 엔진에 231마력, 최고 속도 시속 250㎞,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은 6.5초라고 나와 있다. 준중형급인 차체 크기와 중량을 감안하면 한마디로 가속기를 밟기 무섭게 튀어나가는 차다.
하지만 이 차는 SMG (Sequential Manual Gearbox) 변속시스템을 채택, 다루기가 쉽지 않다. 클러치 페달도 없고 자동 기어처럼 레버를 조작하지만, 메커니즘은 분명 수동 기어가 기본이다. 기어에 'P'(주차) 영역도 없고, 경사길에서 브레이크를 떼면 사정없이 밑으로 미끄러진다. 또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일정 엔진회전수(rpm)에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도 하지만 수동으로 변속하는 것이 매끄럽다. 그런데 엔진이 넓은 rpm에서 고른 출력을 내기 때문에 변속은 수동변속기처럼 일정 rpm대에서 기계적으로 바꿔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운전자의 변속에 따라 차가 평범한 준중형차가 되거나 총알 같은 레이싱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진땀 나는 탐색전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속력을 내봤다. 중저속에서 어깨가 아플 정도로 무겁던 운전대는 속도가 오르면서 추월차선으로 정확하게 차를 움직여준다. '90도 코너링'이라는 표현이 실감날 정도다. 아쉽게도 눈 때문에 도로가 미끄러워 맘껏 속도를 낼 수는 없었지만, 운전대에 달린 버튼형 변속기를 이용하면 어떤 상황에도 순식간에 앞차를 제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 역시 운전석 시트부터 경주형 차처럼 온 몸을 감싸게 만들어져 있고, 곳곳에 'M패키지' 로고가 붙어있어 본격적인 경주용 차의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뒷자리는 쿠페형치고는 넉넉한 편. 차체 밑부분을 에어 댐과 스커트로 감싸고 있어 과속방지턱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가격은 8,590만원(부가세 포함).
/정영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