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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찍고, 나는 쏘고 /킬러와 포르노감독 "살인도 예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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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찍고, 나는 쏘고 /킬러와 포르노감독 "살인도 예술처럼"

입력
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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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영화 '너는 찍고, 나는 쏘고'는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 로베르토 로드리게즈의 '엘 마리아치', 워쇼스키 형제의 '바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최고의 데뷔작이다. 재미에 있어서는 감히 이들 가운데 으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야기의 완성도도 나무랄 데가 없다. '싼 티'가 난다는 것이 유일한 흠이지만, 저예산의 난관을 경쾌한 상상력으로 뛰어넘는'B급 영화'로서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말장난 같은 제목(원제 'You Shoot, I Shoot')에서 나타나듯 이 영화는 끝까지 장난기로 일관한다. 바트(갈민휘)는 잘 나가는 청부살인업자다. 그러나 불경기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수금을 하러 가도 의뢰인들은 '차라리 자살하겠다'며 버틸 정도다. 바트는 청부살인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 달라는 유한부인의 의뢰를 받아 쾌재를 부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어깨에 카메라를 달고 주연 및 감독을 해봤지만 화면은 흔들리고 화질도 엉망이다. 바트는 뉴욕영화학교 출신인 추엔을 섭외, 다시 '작품'을 찍는다.

추엔은 만족스런 테이크가 나올 때까지 촬영을 다시 하고, 동선을 지시하며, 밤새워 편집작업을 한다. 오프닝 시퀀스며 리버스샷, 클로즈업과 슬로 모션을 적절히 활용한 추엔 감독―바트 주연의 작품은 삽시간에 홍콩 청부살인 시장을 흥분시킨다. 덤핑업체까지 난립할 정도다. 쌍권총 홍을 파티장에서 죽여달라는 삼합회의 의뢰가 들어오면서 이들 콤비의 운명은 갈림길에 선다.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영화로서도 흥미롭다. 포르노 업체의 연출부로 일하는 추엔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추종자이며, 살인의뢰자인 삼합회의 깡패는 오우삼처럼 영화에 비둘기를 넣어야 한다며 참견을 한다. 바트는 '사무라이'에 나왔던 알랭 들롱의 열혈 팬이다.

장인이 장모를 없애달라는 부탁에 '비수기에 해드릴 게요'라고 천연덕스레 대꾸하는 바트, '마틴 스콜세지보다 낫다'는 의뢰인의 칭찬에 '누가 내 작품 칭찬한 건 처음'이라고 뿌듯해 하는 추엔 등 시종 관객을 향해 농담을 '쏘는' 솜씨가 대단하다. 재치있게 만든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한 영화, 또는 홍콩 영화에 대한 유쾌한 풍자. 에드먼드 펑 하우싱은 2001년 데뷔작인 이 영화로 홍콩의 타란티노로 불린다. 2월 13일 개봉.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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