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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형부, 병마 꼭 이겨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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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형부, 병마 꼭 이겨내세요"

입력
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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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부께.며칠 전 병원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형부를 보고 이 글을 씁니다. 한창 일할 나이인 50대 중반에 간암 4기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우고 있는 형부를 보니 가슴이 저려옵니다. 이제는 폐암과 척추암까지 도졌다는군요. 언제쯤 형부의 활기찬 예전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형부를 처음 보았지요. 직장에 다니던 큰 언니가 "나와 평생 함께 할 남자"라며 수수하고 넉넉해 보이는 형부를 집에 데려왔지요. 당시 큰 언니가 스물 넷, 형부는 스물 일곱이었는데, 중학생인 제가 보기에는 어찌 그리 어른스럽던지요.

"안녕, 처제, 잘 부탁해요." 형부는 대학 3학년 때 전남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와 이모 집에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지요. 어릴 적에 부모 곁을 떠나 혼자서 힘든 것을 참으며 지내다 보니 술로 외로움을 달랬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우리 집은 1남 6녀의 딸 부자집이라 형부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형부는 우리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였지요. 유창한 말솜씨로 분위기를 금방 화기애애하게 만들었습니다.

아 참, 술을 마시면 반드시 형부의 주특기가 이어졌습니다. 형부는 술 기운이 돌면 기타를 둘러 메고 눈을 지그시 감고 애창곡을 불렀습니다. 당시 인기 최고이던 가수 조용필보다도 멋진 목소리로 말입니다. 우리들이 "오빠∼ 앵콜! 앵콜!"하고 소리를 지르면 형부는 "만인이 날 부르신다면…"하면서 한 곡을 더 뽑았지요. 삶을 달관한 듯한 형부의 모습이 어찌 그리 멋있게 보이던지요.

형부는 저를 친동생처럼 대해 주었습니다. 형부집에 가면 형부의 '특허 음식'인 일명 라면밥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누룽지에 물을 부어서 끓이다가 김치를 넣은 다음 라면을 넣고 다시 데우면 개운하고 맛있는 라면밥이 됩니다.

처음 먹었을 때는 이상했는데 이제는 내가 혼자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형부는 라면밥을 해장용으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형부의 구성진 노래를 들을 수가 없군요. 기분이 좋아도 술, 울적해도 술을 찾더니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형부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군요. 병마를 이겨내고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다시 보여 주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hjj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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