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는 뭐지?"지난달 27일 수원의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을 찾은 주부 김현희(29)씨는 1층 객석 한가운데가 평소와 다른 것을 발견했다. 일반 좌석 대신에 장애인 마크가 그려진 6개의 공간이 있었던 것. 최근 이 공연장이 VIP석 22석을 헐어내고 설치한 장애인 전용석이다. 가장 좋은 자리에 장애인 전용석을 설치하는 것은 이곳이 처음이라 국내 공연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술의전당 등 다른 공연장도 장애인 전용석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맨 뒷자리라 장애인들이 제대로 공연을 감상하기에는 부적합했기 때문.
하지만 외국의 공연장에서 장애인 전용석의 설치는 상식이다. 미국은 1990년 극장 좌석 중 1%를 장애인석으로, 또 다른 1%는 동반자석으로 하도록 하는 법령을 공포했다. 이 기준에 따라 브로드웨이의 16개 극장은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개조되었다. 장애인은 극장의 좌석과 매표소, 화장실, 매점 등 모든 공간에 휠체어를 탄 채로 접근이 가능하다.
호주도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높다.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공연장 앞쪽 가운데 한 줄을 장애인석으로 설치했다.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다른 이들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다. 역시 동반자석은 필수다.
국내 최초로 선진적 결정을 한 경기도 문화예술회관도 아직 외국 기준으로 보면 부족한 점이 많다. 기본적으로 극장 내부가 경사로가 아니고 계단식이다.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극장 설계 때 장애인을 염두에 두지 않아 이동이 불편한 구조"라며 "우선 지하철처럼 리프트를 설치했고, 앞으로 장애인 전용 주차시설 등도 확충해 쉽게 공연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경사식이라 진입은 쉬운 편이다. 그러나 오페라극장이나 대극장 모두 장애인 석은 필요할 때만 맨 뒤쪽 두 열의 좌석을 빼서 사용한다. 그나마 오페라극장의 장애인석 구역은 기계장치가 차지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이용 실적이 별로 없고, 장애인이 오더라도 관람료의 50%를 할인해주기 때문에 주로 동반자와 함께 가장 좋은 자리를 싸게 사서 이용한다"고 말했다. 3월 재개관을 앞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1층과 2층의 가운데 B열과 D열 10석을 필요에 따라 장애인석으로 쓸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장애인편의시설시민촉진연대 배융호 사무국장은 "공연장에 장애인석을 설치할 때는 휠체어와 동반자석을 함께 설치해야 하며,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 오디오 시설도 필요하다"며 "좌석 설치가 장애인 기준에 맞게 보다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시설 마련과 함께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공연장을 찾을 수 있도록 공연장 측의 적극적 홍보도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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