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90년대 초 정치범들을 대상으로 한 생화학무기 생체실험을 실시했다고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BBC는 1999년 주중 북한 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하다 한국으로 망명한 권혁(45·가명) 씨의 증언을 인용, "러시아 국경 근처 'Prison Camp 22' 라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생화학무기 생체실험이 자행됐으며, 이 실험에서 일가족이나 한 동네 주민이 몰살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BBC는 또 "한국의 인권운동가로부터 2002년 2월로 날짜가 명기된, 북한의 생체실험을 뒷받침하는 문서 4건을 확보했다"며 각각의 문서에는 희생된 남자들의 생년월일과 고향 등이 적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BBC는 1일 오후 9시(한국시간 2일 오전 6시) 시사프로그램 '이 세상(This World)'에서 '악으로의 접근(Access to Evil)'이란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을 방송할 예정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93년 당시 이 캠프의 보안책임자였다는 권씨는 BBC와의 회견에서 "일가족 전체가 가스실로 끌려오자마자 피를 토하며 죽어갔는데, 부모가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 딸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인공호흡을 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생체실험 대상자는 연좌제로 투옥된 정치범들로, 이들은 사전에 다른 질병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뒤 모두 벌거벗은 채 가스실로 끌려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캠프 주변은 3,300볼트의 고압전선으로 외부와 단절돼 있고, 특별 설치된 가스실은 완전히 밀봉된 채 독가스를 주입하는 구멍이 설치돼 있다. 과학자들을 비롯한 당국자들이 위에서 유리천장을 통해 이들이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것을 내려다 봤다"고 주장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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