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계의 뉴스메이커는 단연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사진) 회장이다. 그는 연일 거침없는 쓴소리로 정치권과 정부, 재계, 노동계를 성역 없이 질타하고 있다. 박 회장의 릴레이 쓴 소리가 포문을 연 것은 지난 달 26일 산업기술재단 주최 CEO포럼에서. 그는 "우리나라 정치는 민생과 경제현안을 외면한 채 소모적 정쟁만 일삼아 갈등조정 능력을 상실한 3류 정치"라고 일갈했다. 그의 발언에 정치권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응답도 하지 못했다.지난 달 28일에는 재계에 대해서도 매를 아끼지 않았다. 박 회장은 교사들을 위한 경제와 문화체험 특강에서 "일부 기업의 족벌경영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아직도 능력이 없는 자식들에게 회사를 넘겨주거나 기업을 개인회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질타했다.
다음날인 29일에는 다시 정치권으로 화살이 향했다.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간담회 강연에서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는 막아놓고 임원들의 기부는 허용하면 그 돈은 어디에서 나겠느냐"며 "지키지도 못할 법, 새로운 부정을 낳는 법은 만들지도 말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노동계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달 30일에는 한국능률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조찬회 연사로 참석, "정부의 역할은 '시장'이라는 운동장을 만들어 주고 심판만 보는 것인데 우리 정부는 가끔 운동장에 직접 들어와 뛰곤 한다"며 "굴삭기 앞에서 삽질하는 꼴이고 소총 한번 안 쏴 본 사람이 이렇게 쏴라 저렇게 쏴라 감독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이어 "노조는 20여년동안 단결 투쟁이라는 '붉은 머리띠'를 매고 전태일 열사의 분신시절 투쟁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노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것은 다 얻었기 때문에 이제는 정치적인 힘을 가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박 회장의 잇따른 비판에 재계에선 '속이 후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게 돈은 돈대로 뜯기고 사법처리는 사법처리대로 당하는 게 재계의 현실"이라며 "박 회장의 발언은 잔뜩 허리를 낮췄던 재계엔 일종의 카타르시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이 대부분 가진 자들을 옹호하는 것인데다 계급적 성향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도 적지 않다. 또 굳이 공개석상에서 비판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한 것"이라며 "쓴소리가 아니라 잔소리"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