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의 여파가 보디빌딩 선수들에게도 미쳤다.지방이 거의 없는 닭고기는 근육을 키우는 보디빌딩 선수들에게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 특히 닭가슴살은 대회를 앞두고 주식처럼 먹는 필수 음식이다. 쇠고기도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기는 하지만 지방층이 얇게 깔려있어 대회를 앞두고 지방을 다 태워버려야 하는 보디빌더들은 닭가슴살만을 고집한다.
그러나 최근 조류독감이 기승을 부리면서 동남아시아의 보디빌더들에겐 닭가슴살과 계란이 기피음식이 됐다. 80년대 7차례 아시아챔피언에 오른 베트남 보디빌더 리 둑은 10여년 전부터 하루 닭고기 1.2㎏과 계란 15개를 먹어치웠지만 최근 쇠고기로 방향을 돌렸다. 지난해 12월 베트남에 조류독감이 발생한 이후 2명이 사망했기 때문.
리 둑은 "조류독감의 위험 때문에 닭고기 섭취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닭고기를 계속 먹을 배짱 있는 보디빌더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그는 식비를 평소보다 3배나 지출하고 있다.
한편 국내 보디빌더들 사이에도 조류독감으로 인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전임강사 권만근(37)씨는 "닭고기는 보디빌더들에게 필수 음식이어서 계속 먹고는 있지만 불안감 때문에 평소보다 두배 이상 끓인 뒤 먹는다"고 말했다.
조류독감과 광우병이 계속 식탁을 위협하자 일부 보디빌더들은 콩 같은 식물성 단백질로 버텨야 하는 것 아니냐며 푸념하고 있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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