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의 불법 경선자금 수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가 30일 "여권이 경선자금 수사내용을 카드로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라고 협박했다"고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전 대표는 또 "이번 수사는 입당 제의 거절에 대한 보복수사"라며 '여권의 정치공작' 의혹도 제기했다.한 전 대표가 이날 확대간부·의총 연석회의에서 고백한 내용에 따르면 여권의 입당 압력은 전방위적이고 집요하게 이뤄졌다. 한 전 대표는 "최근 현직 장관이 찾아와 대통령의 의중이라며 열린우리당 입당 제의를 했지만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장관이 찾아오기 한 두달 전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측이 보낸 모 의원이 '대통령 정치고문인 김 의원의 의중이니 탈당해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합당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여권이 한 전 대표를 정점으로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비밀리에 추진해 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그러나 "'왜 전방위 공작정치를 하느냐'고 노발대발 화를 내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원기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한 전대표는 또 "(여권이) 그동안 경선자금 수사를 카드로 협박하며 나를 동서남북으로 들었다 놓았다 했다"고 말해 이번 수사가 여권에 의한 '기획수사'임을 강조했다. "SK건은 검찰이 서너달 전 미리 조사해 놓고 때를 기다린 것"이란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 제의에 대해서도 "우리에겐 그럴 명분이 없다. 여권이 먼저 명분을 만들면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동안 치욕의 나날을 보냈지만 이제서야 해방감을 느낀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당이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그는 이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여야의 모든 경선자금을 수사하지 않으면, 나에게 왔던 입당 제의를 거절한 데 대한 정치보복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 전 대표는 전날 상임중앙위원 회의에서도 "장관의 영입 제의에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거절한 것 때문에 이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며 수사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한 전 대표는 장관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입을 다물었지만 민주당은 내달 임시국회에서 문제의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내기로 해 파란이 예상된다.
당 안팎에서는 일단 한 전 대표 계보로 분류됐던 김화중 복지부 장관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김 장관은 "얼마 전 한 전 대표를 만났지만 입당을 권유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고 한 전 대표도 부인했다. 하지만 한 측근은 "김 장관이 맞다"고 말해 해임건의안 제출에 따른 부담감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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