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라 마이어·클라우스 마이어 지음, 김회상 옮김 작가정신·9,800원
칼 마르크스와 피델 카스트로는 공산주의자라는 점 말고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수염을 길렀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수염은 권력의 징표로 수많은 왕과 황제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정작 18세기에 이르러서는 왕정을 무너뜨리려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자의 불온한 심벌로 비난 받았다. 게다가 칼마르크스의 출현 이후에는 공산주의 이념과 저항의식을 대변하는 좌파의 전유물로 받아 들여졌다.
이처럼 수염은 문화에 있어서 다양한 모습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비단 이는 수염에 국한 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머리카락, 속눈썹, 겨드랑이털과 다리털, 음모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체모는 다양한 이미지의 굴절과 변화의 과정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 아카데미 교수인 다니엘라 마이어와 빈 수상 관저에서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클라우스 마이어는 '수염과 머리카락을 중심으로 본 체모의 문화사'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들 털과 관련된 문화가 어떤 형태를 띠며 변화 했는가를 무겁지 않은 필체로 담아냈다. 가발과 수염의 기원과 유행 스타일을 비롯해 헤어 스타일, 화관과 베일에 숨겨진 이야기는 일상에서 우리가 '털'에 관해 갖고 있는 궁금증들을 해결해 준다.
/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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