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한 지 1년이 다 되가도록 행정구역 문제 하나도 해결 못하는 두 시는 도대체 어느나라 행정기관입니까?" 경기 군포시 당정동 LG아파트에 지난해 4월 입주한 홍창기(50)씨의 하소연이다. 107동 입주자인 홍씨의 집 밑으로 군포시와 의왕시의 시계(市界)가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얘기. 경계지역의 세수(稅收) 등을 둘러싸고 양 시가 힘겨루기에만 몰두, 주민들의 피해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해 넘긴 당정지구 아파트 분쟁
홍씨 집의 경우 안방은 의왕시 고천동, 건넌방은 군포시 당정동에 속한다. 당정 LG 아파트는 10개동 914가구중 107동과 109동의 행정구역이 군포시과 의왕시에 걸쳐 있고 2개동 158가구 중 78가구는 의왕시, 20가구는 군포시에 속해 있는 상태. 특히 홍씨의 집이 속하는 107동과 109동 60가구는 의왕시와 군포시의 시계가 가로 지른다.
이 와중에 의왕시와 군포시는 모두 자신의 땅임을 주장하며 지난 해 주민세, 취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 각종 세금을 부과했다. 양 시는 경계획정 때까지 지방세 납부를 유보시키기로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주민들은 혼란과 걱정은 가시지 않는다. 홍씨는 "세금을 안 내면 불이익이 없을까 고민하며 세금을 내지도 안내지도 못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아파트 전체의 지번이 확정되지 않아 토지등기를 못해, 재산권 행사를 못할까 걱정하는 주민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지난 14일 의왕시와 군포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들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지만 여전한 이견만을 확인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의왕시는 "도의 중재안을 군포시가 즉각 수용해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군포시는 "우리가 2만평 가량 손해보는 만큼 아파트지역 6,200평을 군포시로 넘기고 아파트 인근부지 9,200평을 의왕시에 넘기는 안에 일단 합의하자"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양측이 설령 경계조정에 합의하더라도 주민들의 혼란이 가실때까지는 그 이후에도 상당기간이 소요된다. 행정협약을 체결하고 경기도와 행정자치부를 거쳐 최종 행정구역 확정 때까지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경계분쟁, 발상전환이 해결책
공사비 분담을 둘러싼 이견으로 공사 착공이 지연돼 주민들이 골탕먹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시흥시와 안산시를 통과하는 거모∼신길 도로의 경우 총 4.6㎞ 구간중 안산시를 통과하는 0.8㎞ 구간의 공사비가 갈등의 원인이다.
도로 공사비는 당초 1999년 공사를 발주한 시흥시가 모두 부담키로 했었다. 그러나 시흥시가 이후 "도로가 새로 생기면 안산시의 땅값이 올라 토지자산이 늘어나는 만큼 총 공사비 316억원중 안산시 통과구간 비용 63억원을 부담하라"고 주장하고 나서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안산시는 "안산시에는 불필요한 도로이고 도시계획 결정과정에 시흥시의 비용부담이 확정된 만큼 우리가 그 비용을 떠안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싸움으로 98년초 건설 계획이 입안된 도로는 2006년말 착공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원대 도시계획과 김형철 교수는 "기초단체장들이 인구, 면적 등 외형적 성장만을 추구하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며 "근원적으로는 하천, 산 등 지형 중심의 행정구역편성에서 도로중심 행정구역편성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후진적인 경계 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