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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이익에 중독된 "新新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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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이익에 중독된 "新新인간"

입력
2004.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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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 출신 사회학자 귄터 아멘트의 새 책 제목 '마약 없이는 미래 없다'는 선동적 농담처럼 들린다. 그에 의하면 21세기 시민인 우리는 삶이 아니라 '경주'를 산다. 삶이 인간의 것이라면 경주는 경주용 말의 것이다. 21세기 속에서의 삶은 악마적 가속도가 붙은 현기증 나는 초고속의 그 무엇, 정보기술화라는 초강력 터빈을 장착한 괴물적인 그 무엇이다. 시대 정신인 세계화, 사유화, 정보기술화는 국경이란 최소한의 미덕도, 게임의 법칙도 밀어버린 채 21세기를 가차없는 이익 사회, 업적 사회로 몰아가고 있다.이것이 우리가 예감했던 바로 그 섬뜩한 신세계이다. 그리고 이 신세계는 신인간을 원한다. 저자 아멘트는 이 세기가 신인간도 부족해 '신신인간(新新人間)'을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리는 이 세계 속에서 결정해야만 한다. 인간으로 살 것인가. 경주마로 살 것인가를. 삶은 경주가 돼버렸고 경기가 늘 그렇듯 관객들은 언제나 승리와 신기록을 원한다. 그 승리, 그 신기록이 없는 자에겐 종신형인 도태가 선고된다. 그러니 새 승리 새 업적을 위해 우리는 새 계략, 새 묘기, 새 도취가 필요하다.

외적 존재는 경주마가 돼있으면서도 내부는 아직도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고전적 인간인 우리는 현기증 나는 이 격차 속에서 마음의 평형을 유지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럴 때 인간은 경주용 말이 돼버린 자신에게 스스로 흥분제(마약)를 주사하며 자신을 그 업적의 트랙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몰아넣고 있다. 경마의 도박사들이 승부 조작을 위해 경주용 말에게 흥분제를 먹여 트랙으로 몰아내듯이. 물론 우리는 삶의 위기 때마다 그에 맞는 환약(비타민, 비아그라, 항우울제 등)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지금 21세기라는 이 이상한 신세계 속에서 신신인간이 되기 위해 우리는 마녀의 부엌에서 제조되는 마약 칵테일, 가마솥에서 만든 독주, 제약공장 실험실에서 생산되는 흥분제를 몰래 흡입하면서 저 기록경기의 도핑선수들처럼 고독한 '도핑의 세월'을 살고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세기의 악몽인 테러리즘과 마약의 악마적 동침이다. 테러는 돈이 드는 사업이다. 아멘트는 테러주의자들의 무기 구입이 생아편과 마약 밀매로 벌어들인 소위 마약화폐로 지불되고 있다고 고발한다. 즉 아편과 무기가 물물교환되고 있는 것이다.

마약은 이 초고속 자본주의 속에서 추락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도피처로, 세계화를 세계 지배로 이해하고 있는 테러조직들에 의해 음지화폐로 사용되고 있다. 21세기 초고속 자본주의가 이익 중독을 낳고 이익 중독은 업적 중독을, 업적 중독은 마약 중독을 낳고있다. 아멘트는 바로 지금 이 시간 이 지점이 경주용 말에서 인간으로 회복되려는 인간의 '실천이성'이 필요한 시간이라고 고지한다.

강유일 소설가·독일 라이프치히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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