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경제부가 "중견·중소기업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의 환율이 유지돼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시장개입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경제 전문가와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환율을 무리하게 방어할 경우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수입 물가 상승과 함께 기업들의 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경부는 29일 "적정환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국이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며 "환율은 중견·중소기업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개입 여부나 환율 움직임의 방향에 대한 공개적인 천명이 금기시되는 외환당국의 관행을 감안하면, 재경부의 이 같은 발표는 극히 이례적이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환율과 관련한 몇가지 오해에 대한 설명'이라는 자료를 내고, "지난해 시장개입은 투기자금 등에 따른 수급불일치를 적절히 해소한 것으로 과도한 조치가 아니었으며, 만일 개입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4·4분기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시장개입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최중경 국제금융국장은 정부의 지나친 환율 지지가 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대해 "일부 대기업은 환율이 더 낮아도 버티지만, 중견·중소기업은 버티기 힘들다"며 "아직 원천기술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적정 환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국장은 또 최근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직접규제 및 국책은행과의 원·달러 교환(스왑)을 통한 환율 안정용 '실탄' 확보에 대해서도 "NDF 규제마저 없었다면 환율이 급락했을 것"이라며 "또 짧은 기간에 환투기가 집중될 경우 원·달러 스왑 방식의 시장 개입은 외평채 발행보다 비용도 적고,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물론, 경제 전문가나 일부 기업체에서도 정부의 무리한 환율 정책은 '득'보다 '실'이 많다며 반대하고 있다. 환율 덕분에 수출은 좋지만 수입물가는 오르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으로 채권금리가 상승, 내수에는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 수준의 목표수준을 정해 놓고 환율 방어를 위해 모든 걸 거는 식의 정책은 무리이며, 오히려 환율의 방어벽이 무너질 경우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한 수출확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바람에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며 "정책수위를 차츰 낮춰 외환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정부가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넘어서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물가 등 다른 부문은 상관 없이 오로지 환율을 지키겠다는 식의 정책 당국자 발언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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