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건설자재전문기업인 (주)대양콘크리트는 최근 콘크리트 방음벽 시장에 진출, 한국도로공사와 5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경기불황 속에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업체간 경쟁만 격화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시장의 문을 두드려 성공한 것이다. 방음벽 제품에 대한 아무런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해외 업체와 성공적인 제휴를 맺었기 때문이었다.대양콘크리트는 지난해 6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중개로 독일 리크(Rick)사와 5년간의 기술도입 및 상호협력 계약을 맺었다. 이인환 사장은 "20여년간 주력해온 보도블럭 생산만으로는 불황타개의 길이 보이지 않았다"며 "해외 제휴를 통한 신시장 개척으로 탈출구를 찾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 해외 제휴러시
국내 대기업과 해외 유명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가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중소·벤처 기업들간의 해외 제휴 사례도 늘고 있다. 첨단기술 공유와 공동 마케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간의 연대를 통해 세계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기업들도 출현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의 (주)화신과 충북 청원의 (주)파워플러스 역시 해외 업체와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신시장 개척에 성공한 경우다. 이 회사들은 각각 독일의 지멘스 빌딩테크놀로지와 스페인 X사로부터 공장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특허 및 제조·판매권까지 가져와 일석이조의 이득을 봤다.
공장 자동화로 원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설비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타사에 이를 구축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게 된 것이다.
반대로 해외 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통해 판로를 개척한 기업도 있다. 경기도 안산의 특수 잉크제조업체 (주)아이피씨는 유럽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만만치 않은 인도·파키스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파키스탄의 잉크제조사 IGS사에 그라비아잉크 제조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IGS사는 대신 아이피씨로부터 잉크 원자재를 공급받기로 하고, 20%의 추가 지분 투자까지 받아들였다. 아이피씨 입장에선 경영참여를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 셈이다.
해외 협력으로 매년 550억원 창출
국내 중소·벤처기업과 해외 기업간의 제휴를 주선하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조명기구, 휴대폰 부품, 의료 장비, 작업용 장갑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지난해 400여건의 해외 협력이 이뤄졌다. 이중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사례는 37건. 액수로는 552억원(4,600만달러)에 이른다.
중진공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해외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탈출구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의 일방적인 설비·기술 수입과 달리 양자간의 공동 이득을 도모할 수 있는 '윈-윈(win-win)전략'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술 제휴 및 공동 마케팅 활동을 통해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상호 자본투자로도 이어질 수 있다.
중진공은 "앞으로 유럽, 미주 등 해외에 산업협력관을 파견하고 인터넷 상호 협력 사이트를 구축하는 등 기업간 국제 협력활성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철환기자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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