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유선희가 탄생했다.'28일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04년도 전국 남녀 주니어빙상선수권대회 첫날 500m 경기를 지켜보는 빙상인들의 시선은 이상화(15·휘경여중 3·사진)에게 집중됐다. 앳된 여중생이 칼날처럼 빙판을 가르며 40초48의 대회기록을 수립하며 골인하자 이들은 "역시, 그렇지" 하며 탄성을 질렀다. 이 기록은 강미영이 보유한 대회기록(41초53)을 8년 만에 1초05 앞당겼을 뿐 아니라 일반부 최승용의 올 시즌 국내기록(40초66)을 훌쩍 넘는 것이다. 말하자면 여중 3년생으로 한국 여자빙상의 일인자로 일찌감치 등극한 셈. 이상화는 29일 열린 여자 1,000m에서도 1분21초14로 강미영의 종전기록(1분24초23)을 무려 3초09나 단축하며 우승,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그를 개인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전풍성 코치는 "이상화는 타고난 순발력을 바탕으로 초반 스피드가 탁월하다"며 "노련미를 더하면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석 빙상연맹 경기이사도 "90년대 초반 한국여자 빙상을 풍미했던 유선희를 이을 재목"이라고 추켜세웠다.
서울 은석초등학교 1학년때 오빠를 따라 스케이트장을 찾은 것이 인연이 돼 스케이트를 시작한 이상화는 4학년 때까지는 쇼트트랙 선수였다. 그러나 부상위험 때문에 5학년 때 스피드로 전환했다. 이상화는 종목을 바꾼 그 해 동계체전서 500m와 1,000m 우승을 휩쓰는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올해 휘경여고로 진학할 예정인 이상화는 163㎝, 60㎏으로 스프린터로서는 좋은 체격을 갖췄다. 승부 근성 또한 남달라 이미 기대주로 꼽혀왔다. 이상화는 "지구력이 약해 장거리는 힘들지만 500m 같은 단거리에선 누구든지 이길 자신이 있다"며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입상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사진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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