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검찰의 비자금 수사에 이어 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 급락, 노사관계 불안 등 잇따른 악재로 연초부터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기업들은 특히 환율이 정부의 적극적 개입 속에 인하 속도가 인위적으로 조절되고 있어 언젠가는 '폭발'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 리스크를 최대 불안요인으로 꼽고 있다.29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지난해 말 새해 사업계획을 짜면서 대부분 환율을 달러 당 1,100원 대로 보수적으로 잡아 지금처럼 1,180∼1,170원대에서 움직일 경우 당장의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판단,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마저 떨어질 경우 국내 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투자위축, 경기침체 장기화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도 "달러화 약세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 외에는 환율 전망이 불투명해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환율 속락에 대비 환 리스크 보험 가입 환율 헷지 강화 유로화를 비롯한 결제통화 다변화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위적인 환율 관리 대신 사업조정 등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에 힘쓰고 있다"며 "유로화 강세에 따라 현재 20% 인 유로화 결제 비율을 높이는 정도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원유와 철강 고무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도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달러화 약세에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의 회복세에 힘입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아차가 이날 생산라인을 중단시킨 노조원을 해고하려다 노조의 파업 압력에 굴복, 해고통지를 철회하는 등 노사간 힘의 균형이 노조쪽으로 쏠려 올해에도 극한 투쟁이 우려된다는 전망도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한편 환율 변동에 민감한 수출입 업체들이 이제부터라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보호막에 기대지 말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들어가야 한다는 '재계의 자구 노력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국제적 환경변화와 국내적 변수 등으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품목전환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도 "일본의 경우 환율이 135엔에서 105엔까지 떨어졌지만 연쇄도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며 "환율 하락 등에 스스로 대비하는 건 글로벌 경제시대를 사는 기업의 기본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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