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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뉴미디어 앞길막는 방송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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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뉴미디어 앞길막는 방송규제

입력
2004.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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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칠레에 있는 우리 대사가 대한민국 국회의원 모두에게 편지를 보냈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이 계속 유보되자 국익을 위해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간곡한 호소의 편지였다. 대사가 오죽 답답하면 본국 국회에 편지를 보냈을까. 겉으로는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지만 이 편지는 사실상 우리 행정부와 국회 모두를 향한 절박한 외침이다.이처럼 지구촌은 무한경쟁시대이며 방송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방송분야에서도 사업자들의 절박한 외침이 들려온다.

최근 이동방송과 개인형 방송이 가능한 디지털미디어방송(DMB)의 도입이 가시화하고 있다. DMB는 지상파와 위성을 이용하는 차세대 방송 서비스다. 차량 탑재 단말기나 휴대전화를 통해서 이동 중에 방송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방송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최초로 DMB 서비스를 실시하여 방송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관련 방송 기술 개발이나 단말기 제조 분야에서 개척자적 위치에 있는 만큼 국제적으로 선점의 효과도 상당하다. 하지만 규제기관 간의 갈등으로 인해 방송법 개정이 미루어지면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 방송정책의 큰 문제점을 두 가지로 요약한다면 '규제기관 간의 영역 다툼'과 '산업 논리를 도외시한 규제 마인드'라고 할 수 있다. 방송정책의 근간을 맡고 있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미디어가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합리적인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는 정책적 지원보다는 방송 통신 융합 환경에서 자신들의 규제 영역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과거 위성방송 도입 시 무궁화 위성을 발사하고도 정치권과 소관 부처 간 힘겨루기로 인하여 통합방송법 개정이 늦어져 7년 동안 위성이 헛돌았던 기억을 벌써 잊은 것 같다.

한국과 공동으로 투자하여 DMB용 위성발사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은 지난해 7월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대한 법적 정비를 마치고 사업자에게 예비 면허를 부여하였다. 일본은 위성이 발사되면 바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같이 위성을 쏘아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방송법 개정이 늦어져 허공만 쳐다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도입 시 규제기관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한 가지는 매체의 공공적인 성격과 더불어 산업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방송을 정부가 규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주파수의 희소성에 있었다. 유한한 자원인 주파수를 이용하여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정책의 제일 큰 목표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한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의 다채널 방송 서비스에는 이러한 규제 논리가 똑같이 적용될 수 없다.

뉴미디어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겪은 부작용의 사례는 케이블 TV 도입 초기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케이블 TV 서비스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산업성을 무시한 비합리적인 규제로 인해 수많은 사업자의 도산을 초래했다.

더 이상 정부 규제가 방송 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관련 기관들은 하루 빨리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더 좋은 방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방송 사업자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어야 한다. 뉴미디어를 도입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관련 법제의 지체현상'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도 준 호 숙명여대 교수· 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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