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아침 신문에서 서울 연고 프로축구단 창단 기업 공모가 불발로 끝났다는 뉴스를 접했다. 공모 기업이 없자 서울시가 후속 조치로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주인을 찾습니다'라는 신문 공고를 통해 서울 연고 이전 구단 희망기업을 공모한다는 소식에 가슴이 답답해졌다.수도 서울에 프로 축구팀이 없다는 현실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한국 축구와 오버랩 되면서 순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영국의 축구전문지 '월드사커'가 선정한 세계 10대 경기장 중 하나다. 그럼에도 축구팬들이 프로경기를 보기 위해 지방 원정 길에 나서야 하는 처지를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실로 치부할 수 밖에 없을까. 심지어 최근에는 중·고교 및 대학대회도 모두 지방에서 열리는 실정으로 기껏해야 서울 교육감배 정도의 지역대회만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은 축구불모지인 것이다. 최고수준의 경기장과 수백만의 축구팬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이라는 '황금시장'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한일월드컵 때 한국 경기가 열린 날이면 시청 앞 광장에는 100만여 팬들이 몰려 '대∼한민국'을 외쳐댔고, 이것이 결국 4강 신화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서울 팬들은 1년에 몇 차례 열리는 대표팀 경기나 돼야 축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뿐 월드컵전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축구 선진국 유럽을 보자. 잉글랜드의 런던은 아스날, 첼시 등 5개, 스페인의 마드리드는 레알 마드리드 등 2개, 이탈리아 로마는 AS로마 등 2개의 명문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가 100억원을 지원한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서울연고 프로축구단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 물론 신생팀이면 더욱 좋겠지만 여건이 안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서울연고팀은 절실히 필요하다. 언제까지 좋은 구장과 많은 팬들의 욕구를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의지에 반해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는 신생팀 창단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축구 인프라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구단을 늘리려는 축구계의 진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서울시, 협회 및 연맹이 머리를 맞대고 서울연고구단 만들기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난해 8월 열린 프로축구 올스타전에 5만5,874명의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는 사실을 축구계는 되새겨 봐야 한다. 서울에서 프로축구 경기를 보고 싶은 것이 너무 큰 바람일까.
/전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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