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해고 철회를 요구하면서 파업을 시작한 지 하룻만인 29일 사측은 해고통지를 철회하고 사건 재조사에 합의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이날 아침부터 노조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번 합의를 비난하는 기아차 조합원들의 의견이 쏟아졌다."나도 한번 작업 라인 세우고 놀아 볼까, 그럼 또 합의서 작성해서 살려 주겠지." "앞으로 회사는 무슨 핑계를 대면서 생산성 향상과 품질개선을 종업원에게 설득할 것인가?"
노조의 명분 없는 부분파업과 여기에 휘둘린 사측의 원칙 없는 양보가 노조 내부에서 조차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루 전만해도 사측은 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파업의 불법성을 소리 높여 비판했다. 해고통지를 받은 노조원은 작업인원이 부족하다며 스스로 자동차 조립라인 가동을 177분간 정지시켜 회사측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만큼 해고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부분파업이 실행되자 사측은 심야협상까지 벌인 끝에 사실상 백기를 들고 말았다.
파업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사측의 노력을 무조건 폄하할 수는 없다. 하지만 회사의 장래를 위해 동료의 해고 철회 결정마저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부 노조원의 성숙한 의식과 비교해 보면 회사의 대응이 너무나 단세포적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 회사에 20억원대 손실을 끼친 직원을 징계하면서 눈치를 살피는 경영진과 최후의 무기인 파업권을 너무 쉽게 행사하는 노조 지도부 모두 세계 일류기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리 작업반 조합원들도 이런 훌륭한 대의원을 많이 선출합시다. 그래서 같이 신명 나는 세상 만들어 봅시다. 회사가 망하면 어떻습니까." 한 노조원의 빈정거림은 회사측의 무원칙한 대응이 부를 부작용을 잘 암시하고 있다.
정영오 경제부 기자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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