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44·김포 푸른솔병원 원장)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투자회사 '시드먼(SEEDMON)'의 실체를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9일 현재 민씨의 행방이 묘연해 주간지 인터뷰 내용 외에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데다 관련 당국의 확인결과 시드먼이라는 회사는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조차 안 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령업체일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민씨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일단 시드먼은 불법자금모집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당국의 분석이다. 민씨는 인터뷰를 통해 "부동산과 벤처기업 투자를 목적으로 시드먼을 세웠고 자본금 15억원으로 시작해 100억원 유치를 목표로 잡았는데 두 달 만에 650억원을 넘었다. 지난 한 주에만도 70억원 넘게 들어왔다"고 밝혔다. 물론 현행법상 이처럼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집하는 행위 자체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긴 힘들다. 문제는 시드먼이 자금을 모집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어떤 조건을 내걸었느냐이다. 1999년 이른바 '파이낸스' 사태 때 제정된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원금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모집할 경우 관련 업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돈을 받고 단순히 차용증만 써주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투자수익을 내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돼 불법이 된다는 것. 당국 관계자는 "아무런 투자조건도 없이 단시일 내에 6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당국에 등록한 정식 자산운용사가 아닌 경우 십중팔구 불법 유사수신 업체일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드먼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서는 최근 들어 저금리기조가 계속되면서 고수익을 미끼로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하는 불법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태. 금감원이 지난 한해 동안 적발해 사법당국에 통보한 유사수신행위 업체 133곳 가운데 61곳은 서울 강남과 서초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다만 유사수신 행위는 피해가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수면 아래 잠복하는 것이 생리다.
한편 올해부터 시행되는 통합 자산운용법에 따라 시드먼 같은 소형 투자회사도 6월부터는 의무적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드먼이 허가를 받지 않을 경우 불법업체가 될 수도 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 민경찬씨는 누구
민경찬(사진)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의 처남으로 지난해 건평씨 부동산 의혹이 불거졌을 때 동생인 민상철씨와 함께 관련자로 떠올랐던 인물. 건평씨의 경남 진영 땅을 경매로 낙찰받았던 상철씨와 달리 의혹에 직접 연루되지는 않았지만 특혜대출을 받았다는 야당의 공세로 곤욕을 치렀다.
부산의 고신대 의대 출신인 민씨는 법의학의 한 분야로 손해배상이나 보상의 기준을 정하는 배상의학을 전공했으며 라디오방송에서 의료컨설팅 코너를 진행하는 등 유명의사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때 인터넷병원을 운영하면서 사이버 처방전을 발행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 인터넷병원은 폐쇄된 상태. 사돈관계인 노 대통령이 사이버 처방전 사업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사업에도 수완이 좋아 2002년 경기 김포시의 푸른솔병원을 인수 받아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80억원 특혜대출설이 흘러 나왔다. 당시 민씨는 언론을 통해 "병원 감정가가 56억원으로 기존 병원주가 20억원을 대출 받았고 병원인수 뒤 내가 병원을 담보로 36억원을 추가 대출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병원이 적자를 거듭하면서 채권자들로부터 가압류를 당해 법원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경영에 실패 한 뒤에는 투자회사를 세워 벤처기업이나 부동산 투자에 전력해 왔다고 주변인들은 전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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