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재정 전 의원이 그제 불법 대선자금 10억원을 한화에서 받아 당에 전달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남긴 참회의 글은 한국 정치판 부패의 끝 모를 깊이와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절히 느끼게 한다. 그는 "상대적으로 작은 허물, 당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기에 해명도 했지만 그러나 이미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은 그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며 "저의 허물을 밟고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면 사법부와 검찰의 판단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했다.민주화를 위해 싸워 온 성공회 신부로서 정계투신 후에도 깨끗한 이미지를 지켜 온 이 전 의원의 "기존의 질서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다가 그 질서에 갇혀 좌초했고, 상황에 안주하고 타협했다"는 자책은 우리 정치의 부패 정도가 누구든 삼키는 '블랙홀'처럼 무시무시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모두를 참담케 한다. 그가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은 피어 오르고 있다"고 호소한 대로 그의 참회와 사죄의 뜻을 살리기 위해서도 지금 국민적 열망으로 불타오르고 있는 정치개혁의 대의(大義)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불법자금을 수사하는 검찰은 "끝장을 본다"는 마음을 다져야 한다. "누구든 비리혐의가 드러나면 예외없이 처벌한다"는 지금의 자세라면 노무현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 같은 부질없는 허세도 과감히 정면 돌파할 각오가 검찰에 요구된다.
이런 판에 정치권이 선거법 위반사범의 사면·복권을 강력히 요청하고, 청와대가 단행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라는 소식은 변화하는 세상과 여론에 눈 감고 귀 막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 "과거의 관행 및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는데 지금의 정치개혁 흐름이 바로 그런 잘못된 인식을 확 바꾸자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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