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TV 드라마 하나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시청률이 50%를 넘었고 곧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한 드라마가 성공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이 드라마도 좋은 눈요기 거리와 재미있는 내용 전개 등 시청자의 눈을 끄는 요소들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원칙을 지켜가면서 항상 바른 길을 가는 스승의 모습을 그려 나간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드라마에서 스승은 제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며 시련을 이겨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 그러면서도 지켜야 할 원칙은 반드시 지킨다. 자신이나 제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법을 취하거나 부조리를 저지르지 않으면서도 꿋꿋하게 목표를 성취해 나간다. 이런 모습에서 우리들은 잔잔한 감동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 한 교수가 자신의 지도 학생의 논문을 대신 써주어 학위를 통과시켜 주었다는 기사가 실렸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그 정황을 이해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 학생이 능력도 우수하고 성실한데도 사소한 일로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스승으로서 안타깝기 이를 때 없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간혹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제일 먼저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신문에 실린 그 스승도 제자를 위한다며 한 행동이 결국 서로에게 해를 입히게 되었다.
우리말에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얼핏 너무 따지지 말고 융통성 있게 하자는 좋은 말로 들린다. 하지만 속뜻에는 원칙은 무시하더라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을 취하자는 의미가 들어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사고방식으로 인해 지금껏 이 나라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기업으로부터의 불법 정치 자금도 원칙을 무시한 채 상호간의 묵시적 거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이제 와서 정치자금법을 바꾼다고 야단들이다. 마치 그 동안은 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원칙이란 법이나 강제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원칙이란 도덕과 상식에 의해 만들어지고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는 말처럼 좋은 것이 좋은 것이지만 안 좋은 것은 더욱 안 좋은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권 준 수 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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