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여권 전체가 총선에 모든 것을 쏟아 부으려는 흐름에 최소한 제동을 걸고 있지는 않다. 노 대통령은 1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여권 '총동원령'을 묻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면서도 "각료들이 결심하면 이를 만류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28일 교체한 차관급 인사 5명 중 3명을 총선 후보로 차출, '총선 올인'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물론 노 대통령이 여권의 총선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최소한 이를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움직임에서는 직접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전략·전술적인 포석을 하고 있는 흔적이 도처에서 드러난다.
노 대통령은 연말연시에 우리당 인사들과 잇따라 비공식 오·만찬 회동을 가져 '식사정치'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킨데 이어 우리당 전당대회후인 18일에는 우리당 새 지도부와 공식적인 만찬 회동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이 같은 회동에서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 격"이라며 구체적인 선거용 구호에 해당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16일 부산항만공사 창립행사에 참석해서는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 허성관 행자부 장관을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소개함으로써 이미 머리 속에서는 차출 대상자의 분류가 끝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설 연휴 직전인 20일에는 인천을 방문, "군 복무기간을 좀 더 단축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스스로 '총선용 발언'이라는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호남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지적된 대북송금 관련자들에 대한 특별사면 방침이 터져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청와대로 불러 따로 만났고 경제특보라는 직함을 달아 주기도 했다. 27일엔 박맹우 울산시장이 청와대에 들어와 박봉흠 정책실장을 만나고 돌아갔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노 대통령이 흔들림 없는 국정수행을 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반론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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