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가 되기 한 달여 전부터 거리엔 캐롤이 울린다. 상점마다 오색의 전등이 빛이 나고 저마다 예쁜 장식으로 한껏 분위기를 돋운다. 그런데 우리의 최대 명절이라는 설날을 위한 장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캐롤처럼 그럴듯한 노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매년 그랬듯이 어디어디로 가면 길이 덜 막힐 거라는 교통 정보가 전부이다. 아울러 설 물가가 얼마이고 상여금은 어떻고…. 크리스마스 때에는 물가 얘기 별로 들은 것 같지 않은데.수많은 노래들 중에 설을 축하하고 즐기는 곡은 없는가? 다행히 딱 한 곡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가 생각난다. 그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명절날을 기념할 노래가 그것 뿐이라니. 어쩌면 일제시대를 거치며 있었던 노래가 사라졌는지, 아니면 본디 없었는지 알 수 없다. 방송은 설 특집 프로그램으로 풍성한 잔치를 연 듯하지만 설에 관한 노래를 다루는 시간은 없다. 나 혼자라도 나서서 '설 노래'를 만들어야 할 참이다.
어쨌든 간에 그 지옥 같은 교통체증을 견디며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다녀왔다. 내년 설날에는 즐거운 노래가 듣고 싶다. 우리의 풍속이 담긴 노래를 듣고 싶다. 노래는 시대의 좋은 기록물이자 거울이 될 수 있다. 좋은 노래를 부르면 좋은 전통이 생길 것이다. 비싼 어느 선물이 아니어도 더욱 값진, 노래는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변치 않는 선물이 될 것이다.
김 현 성 가수 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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