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로 부른다는데 제 맛이 날까?"뮤지컬 '맘마미아'의 한국 공연을 앞두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맘마미아'는 '아바'의 23개 히트곡이 핵심이다. 197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82년 해체한 스웨덴 출신의 4인조 혼성그룹 '아바'의 노래를 한국말로 바꾼다니. 혹시 팝송을 코믹하게 번안해 부르던 한 텔레비전 개그 프로처럼 엉뚱한 웃음을 선사하지는 않을까.
원작의 완성도를 믿던 제작진도, 일본 도쿄에서 극단 '시키'(四季)가 일본어로 부르던 '맘마미아'를 본 기자도 그 점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막이 오르자 번안의 문제는 기우(杞憂)였다. 한국 프로덕션의 연출을 맡은 폴 개링턴이나 작곡자인 '아바'의 멤버 비욘 울베이어스가 "독일 등에서 현지어로 바꿨는데 문제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이야기에 노래가 들어가는 게 아닌 노래 자체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하루 앞둔 20살의 여주인공 소피가 미혼모인 엄마가 21년 전에 사귀었던 세 명의 남자를 집에서 운영하는 여관으로 불러들여 벌이는 해프닝이 큰 줄거리다. 엄마의 옛 일기장을 엿보며 부르는 '허니, 허니', 딸이 불러들인 세 남자와 조우한 주인공 도나가 부르는 '맘마미아' 등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말이 곧 대사다. 영어를 고집한다면 오히려 이야기가 뚝뚝 끊긴다.
공교롭게도 각본과 연출, 제작 모두 동갑내기 중년 여성이라 극 중 연애와 결혼, 삶에서 여성적인 관점이 녹아있다. 도나와 친구인 타냐, 로지가 70년대 '도나와 다이나모스' 시절을 재현하며 롱 부츠와 반짝거리는 나팔바지 차림으로 노래하는 모습은 분명 '엄마의 청춘'이다. 객석을 둘러보니 연인이 상당수지만 영국 런던에서 봤을 때처럼 모녀 관객이 많아도 좋을 듯 하다.
한국 프로덕션의 장점은 무대와 음향이었다. 주 무대인 지중해식의 두 개의 하얀 벽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사람이 손으로 밀던 런던 무대보다 뛰어나다. 10개의 전면 스피커와 객석의 각 층에 촘촘히 설치한 서라운드 스피커에서 뿜어내는 파워와 음장감도 분명 런던이나 도쿄보다 우위다.
그러나 음향 밸런스나 배우들의 전체적인 기량에서 영국 웨스트엔드의 100년 노하우를 따라잡기는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 하지만 '댄싱 퀸', '워털루'로 이어지는 앙코르에서 스탠딩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은 한국에서도 여전하다. 공연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4월15일까지. (02)580―1300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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