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 인티즌 직원들은 9일 독특한 신년 워크숍을 가졌다. 매년 되풀이되는 밤샘 술자리가 아니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관에서 전 직원이 모여 모의 경영 게임 '조디악'을 한 것이다. 인티즌 직원들은 게임을 즐기면서 어렵게 느껴졌던 경영, 회계 용어나 재무제표 쓰는 법 등을 알게 됐다고 뿌듯해 했다.조디악은 조별로 규칙이 정해진 책과 말판, 기구 등을 가지고 가상의 회사를 경영하면서 경영과 회계 등을 실제로 체험하는 게임. 대기업의 신입사원 연수에도 쓰이지만 최근에는 기존 사원들의 재교육 방편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한 가지 업무만 오래 하다 보면 회사가 운영되는 과정이나 경영·회계 등 중요한 부분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8∼10시간의 짧은 경험이지만 모의 경영 게임이 주는 효과는 매우 높은 편이다. 인티즌 김은하씨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의 회계 지식 정도를 '빈 컵'이라고 한다면 게임이 끝난 후에는 '물이 반쯤 찬 주전자'가 될 정도로 지식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총회, 분기 및 회계연도별 결산, 채권 발행, 노사분규 등을 겪으면서 경영을 '간접 체험'한 것도 큰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속한 조가 택한 시나리오는 홍수가 나서 연구소가 물에 잠긴데다 은행 부채가 많아 매일 빚 독촉에 시달리는 회사였다. 직원들은 연구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원자재 비용을 줄이고 매년 빚도 갚아나가 부채를 완전 청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모든 조가 회사 살리기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절반 가량은 3년도 채우지 못하고 부도가 났다. 어떤 조는 비용을 줄이겠다며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겼다가 강력한 노사분규가 일어나서 고초를 겪기도 했다.
미국의 패러다임러닝사에서 만든 이 프로그램으로 직원 교육을 시킨 회사는 국내에만 100여 곳에 이른다.
조디악을 국내에 들여온 캠퍼스21(www.campus21.com)은 조디악 외에 모의 프로젝트 진행 프로그램, 가상 공장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인터넷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게임으로도 개발했다.
한국조직개발연구소의 채삼도 대표는 "기업체들의 직원 교육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게임을 이용한 체험교육"이라고 말했다.
채 대표는 그러나 "상당수 교재들이 10여년 전 미국에서 개발된 것들이어서 급격히 변해가는 한국의 경영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낡은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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