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평준화제도가 없어지면 학력의 계층 불평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평준화제도는 불평등을 막지 못했고 우리 교육의 질만 떨어뜨렸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최로 28일 캠퍼스내 멀티미디어 대형강의동에서 열린 '입시제도의 변화…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는 '30여년간의 평준화 정책이 고소득·고학력층의 서울대 진출만 늘렸다'는 주최측의 최근 연구보고서와 평준화제도의 존폐를 두고 치열한 찬반논쟁이 벌어졌다.서울대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교수들은 주제발표를 통해 "강남 8학군 등 고소득·고학력층 자녀들의 서울대 입학률이 30여년간 각종 입시제도 개혁에도 아랑곳 없이 급증했음이 연구결과로 입증된 만큼 평준화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연구 참여자인 이창용 경제학과 교수는 "평준화가 모든 재앙의 근원은 아니지만 공교육의 수준을 떨어뜨려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역기능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국제정책대학원 이주호 교수 역시 "사립고는 물론, 사립대의 선발권까지 앗아가는 평준화제도는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강요하는 과격하고 불합리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평준화 지역 고교생이 과외를 더 많이 하는 점과 학교별 학력 격차의 지속적인 증가를 평준화 폐지의 또 다른 근거로 들었다.
반면 토론에 나선 교육인적자원부 전국교직원노조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들은 평준화 유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재욱 전교조 정책실장은 "평준화가 저소득층의 일류대 입학률 향상만을 목표로 실시된 것이냐"고 반문한 뒤 "모든 실패를 평준화 탓으로 돌리는 연구 결론은 학자적 양심을 저버린 악의적 해석"이라고 쏘아붙였다. 윤정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도 "보고서는 물론, 많은 평준화 폐지론자들이 평준화제도가 사회계층의 고착화 방지를 위해 도입된 것으로 전제하고 있지만 원래 목적은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라고 지적했다.
김홍원 한국교육개발원 학교교육연구본부장은 "최근 한 실태조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중 국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가장 무관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일정 부분 평준화의 덕택"이라며 "평준화가 전면 개편될 경우 더욱 많은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수일 교육부 학교정책연구실장은 "서울대 입학생의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평준화를 해체하라는 주장은 무책임하다"며 "교육부는 계속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서울대 보고서의 학문적 신뢰성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윤정일 교수는 "서울대의 교육기관이 무려 20여개인데 사회대생에 대한 조사만으로 국내 교육제도를 논하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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