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 출신인 금융감독원 이종구 감사가 2002년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 당시 청와대와 여당의 개입의혹을 제기하며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이 감사는 27일 출간한 자서전 '원칙이 개혁이다'(소화 펴냄)를 통해 "한화그룹은 퇴출된 한화종금과 충청은행의 대주주로서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데다 금융계열사 부실로 무려 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받았고 계열사간 분식회계로 징계까지 받는 등 중대한 결함이 있던 기업"이라며 "이런 기업에 대생을 넘긴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생의 매각이 추진되던 1999년 이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단 국장 및 상임위원 등으로 재직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매각과정에 간여한 그는 "나는 처음부터 한화의 대생 인수에 반대했다"며 "사기꾼인 파나콤(당초 대생 인수추진업체)에 넘어가는 걸 막았더니 결국 '죽 쑤어 개준'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 감사는 특히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2002년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윤진식 재경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한화에 인수되도록 요청했다'고 주장한 사실을 언급하며 정황으로 볼 때 정의원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김승연 한화회장이 2002년 5월 한화 김연배 사장에게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접촉해 협조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도 소개하는 등 정치권 개입의혹을 강력히 제기했다. 이 감사는 4월 총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강남지역에 출마할 계획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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