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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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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원여행은 눈이 있어 더욱 즐겁습니다. 눈 하면 또 생각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스키장이죠. 스키를 잘 타진 못하지만 슬로프 정상에서 산 아래를 굽어보며 마시는 한잔의 커피가 그리워 스키장을 찾았습니다. 매서운 날씨였지만 역시 스키장엔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그러나 즐거워야 할 이 곳에서도 추운 날씨 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은 불경기를 실감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썰렁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스키숍을 찾는 사람이 예전에 비해 부쩍 줄었습니다. 방학 중인데도 펜션을 비롯한 숙박시설에는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스키장 역시 매한가지였습니다. 예년 이 시절이면 리프트권 매표소 앞은 표를 끊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슬로프를 타려는 사람들의 줄도 끝을 찾기 힘들 정도였지만, 그 어느 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한산한 스키장을 찾은 스키마니아들은 오히려 이 정도가 적당하다며 즐거워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사연은 이렇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스키장은 젊은이의 양지입니다. 스키장을 찾는 사람 중 20대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거죠. 하지만 누적되는 청년실업으로 이들은 주머니를 닫았습니다. 스키를 즐길 경제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마음껏 젊음을 발산해야 할 시기에 앞날을 걱정하며 한숨 쉬고 있습니다.

희한한 광경도 눈에 띕니다. 밤 12시가 지나니 젊은이들이 스키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모 핸드폰회사에서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무료스키를 타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돈은 없지만 밤을 꼬박 샐 수 있는 체력을 간직한 그들만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어슴푸레한 새벽, 지친 몸을 이끌고 스키장을 내려오는 젊은이들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육체적인 피로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잠시 잊었던 암울한 현실을 다시 느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발표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올해는 대한민국 모든 곳이 젊은이의 양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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