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기다려온 경전철인데 한낱 버스 몇대로 때우려 들다니." 서울시가 최근 미아동·수유동 일대를 관통하도록 계획된 경전철 구상을 급행버스시스템(BRT·Bus Rapid Transit)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강북구와 구민들이 집단적으로 들고 일어섰다. 강북구는 15일까지 20여일간 '미아·삼양선 지하경전철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은 결과 전체 구민의 3분의 1이 넘는 13만3,000여명이 동참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전철과 직접적인 이해가 걸린 주민은 강북구와 성북구의 30만∼40만명. 구는 이 같은 구민의 뜻을 28일 우이동 솔밭공원 개장식에 참석하는 이명박 시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서울시 건설비 싼 BRT 도입 추진
서울시는 최근 시내 교통혼잡지역과 지하철 사각지대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미아·삼양선 등 경전철 6개 노선을 중심으로 급행버스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BRT는 간선도로의 일부 차로를 이용하거나 새로 버스전용 길을 만들어 급행으로 버스를 운행하는 시스템.
시는 이번주안에 시정개발연구원에 급행버스시스템 도입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경전철과 BRT의 장단점 및 타당성 조사 용역결과가 나오면 어느 시스템을 추진할 지가 확정된다.
시는 겉으로는 중립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내심 급행버스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5조원대의 지하철 건설 부채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버스중심의 대중교통 개편이 안착하게 되면 BRT추진이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지하철을 건설할 경우 1㎞ 당 1,000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BRT는 10분의 1이면 충분하다"며 "용역결과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돈이 많이 드는 경전철 대신 BRT 도입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북구 "지역여건상 BRT는 안된다"
지하경전철을 기대했던 강북구는 시의 급행버스시스템 추진에 펄쩍 뛰고 있다.
경전철 미아·삼양선의 강북구 구간은 간선도로 등 교통망이 크게 부족해 한밤중까지도 극심한 정체를 빚는 서울의 대표적인 교통지옥. 구청 관계자들은 "삼양로와 솔샘길의 만성 정체를 풀 수 있는 길은 지하경전철이 유일하다"며 "이제 와서 대충 버스로 이 지역의 교통문제를 풀어보겠다는 발상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길음, 미아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이 본격화하고 있어 주변에 향후 10만명 이상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추정돼 교통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강북구 하철승 건설교통국장은 "BRT 등은 도로 폭이 넓은 간선도로에 알맞은 시스템으로 왕복 4차로밖에 안되는 삼양로 등에 1,2차로를 막고 버스전용로를 내면 오히려 정체를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이 그동안 낙후됐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교통망 부족 때문이었기에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지하경전철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아6동 채수환(42·회사원)씨는 "강남 개포·대치동에는 사통팔달 도로망에 500m간격의 빼곡한 지하철역도 부족해 수백억을 들여 당초 계획에도 없던 개포1역까지 지어주면서 강북에서는 주민들 염원인 경전철의 건설비를 아끼려 든다"고 꼬집었다.
미아·삼양선(상계―미아동―신설동 13㎞) 등 6개 경전철 노선은 지하철 3기(9∼12호선)계획의 대안으로 2001년에 시정연에서 제시해 검토되기 시작한 것으로 2002년 건설교통부의 수도권 광역교통망계획에 포함돼 '2020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반영돼 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