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대표단이 26일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역사적인 면담을 가졌다. 1969년 가다피 정권 출범 이후 30여년 만에 리비아를 첫 공식 방문한 미 대표단은 86년 미국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다피 원수의 옛 가옥 근처의 흰색 천막 안에서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즐겨 입는 자주색 의복과 모자를 걸치고 대표단을 맞은 가다피 원수는 시종일관 매우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대화에 임했으며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가다피는 이 자리에서 20년 이상 고립이 지속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지난달 약속한 대로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고 앞으로 국제사회의 새로운 일원으로써 미국과의 관계 등을 정상화하는 데 매진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장인 커트 웰던(공화) 하원의원은 면담을 마친 뒤 "가다피 원수는 개방적이었다"며 "우리는 조속한 관계 정상화 실현 방안과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체 면담에 이어 30분간 가다피 원수를 독대하기도 했다. 솔로몬 오티즈(공화) 하원의원은 "목이 아팠는데 가다피 원수가 나가더니 약을 가져와 건네줬다"고 소개했다.
가다피 원수는 1986년 공습과 관련, 미국이 공격하기 전에 적절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폭탄 테러로 미군이 숨진 데 대한 보복으로 공습을 감행했고, 이때 가다피의 양녀를 포함해 36명이 숨졌다. 의원들은 이에 대해 유감을 뜻을 전했다.
의원들은 면담에 앞서 트리폴리 인근의 연구용 원자로를 시찰했으며, 이날 오후 트리폴리를 떠났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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