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인 19세기 중반 지방 거주 양반이 남긴 1,600여통의 조선 최대 개인 서간문이 27일 공개됐다. (사진), 이들 편지는 충청도 남포현 삼계리(현 충남 보령시 미산면)에서 일생을 보낸 노론 계열 유학자 조병덕(趙秉悳·1800∼1870)이 가족과 친지, 제자 등에게 보낸 것으로 개인소장 문고인 아단문고의 하영휘 학예연구실장이 문고의 소장본 해제 작업 중 확인한 것이다. 조병덕의 편지는 모두 1,662통으로 1850∼60년대에 대부분 둘째 아들에게 보낸 것이다. 하 실장은 "편지 내용은 생활고와 질병, 가족 내 갈등을 호소하는 등 극히 개인적인 고민을 담고 있는 게 많아 그 시절 조선의 시대상과 양반의 생활상을 생생히 보여주는 사료로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조병덕은 편지에서 양식 살 돈도 없어 화급전(火急錢)을 빌릴 만큼 극심한 생활고를 토로하는가 하면, 장남집에서 살다가 고부 갈등 끝에 시부모인 자신들 부부가 쫓겨나는 신세를 한탄하기도 한다. 이는 종래 조선 양반사회를 지탱해 온 주자학적 질서의 붕괴를 시사하는 것이자, 생활고와 양반 체면 사이에서 고민하는 몰락 양반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것이다.하 실장은 또 조병덕이 지필묵과 달력 등 당시 양반의 필수품 중 시장에서 산 건 거의 없고 대부분 선물받아서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 후기에 시장경제가 발달하고 자본주의 맹아가 싹텄다는 이른바 '내재적 발전론'은 맞지 않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