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군 경력이 돋보이는 후보들이 뜨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우선 아이오와주 예비선거 승리에 이어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도 단연 앞선 존 케리 상원의원은 베트남 전에서 메콩 수로를 지키는 초계정 정장으로 활약, 은성무공훈장을 받은 해군 대위 출신이다. 예일대를 나온 변호사에 매서추세츠주 의원인 그는 태평양전쟁에서 PT-109 어뢰정 정장으로 전쟁 영웅이 된 케네디 대통령에 비견된다. 출신과 이력, 정치 성향이 닮은 것은 물론이고 이름 약자까지 J.F.K 다. 케네디 같은 카리스마는 없지만, 당장 부시 대통령과 견줄 만한 후보로 무섭게 뜨고 있다.■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부터 참여한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군사령관도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와 2위를 다투고 있다. 역대 민주당 후보로는 유례없는 4성 장군 출신인 클라크 후보는 웨스트 포인트를 수석 졸업하고 로데스 장학생으로 옥스퍼드에서 수학한 데 이어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베트남 전에 참전하고 백악관 참모와 합참전략기획국장 남부사령관 등을 거쳤고, 나토군사령관 때 유고 공습작전을 총지휘하며 국제적 인물이 됐다. 비범한 엘리트의 냉철함이 대중 선거에서 약점이 되고 있지만, 아칸소 동향인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지를 업고 제2의 클린턴을 꿈꾸고 있다.
■ 미국은 독립전쟁 영웅인 초대 조지 워싱턴을 비롯해 스페인령 플로리다를 쟁취한 앤드류 잭슨, 멕시코 전쟁의 영웅 자카리 테일러, 남북전쟁의 승장 율리시즈 그랜트, 2차대전 승리를 이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을 대통령으로 뽑은 역사가 있다. 그러나 공화당에 비해 강력한 국방을 앞세우지 않는 민주당은 장군 출신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는 전통이 없다. 케네디의 경우도 전쟁 영웅으로 영입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2차대전 후 역대 대통령이 모두 현역복무를 한 것과 달리 병역을 기피한 클린턴을 후보로 내세웠다. 그의 당선은 냉전 종식으로 국방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데 힘입었다.
■ 민주당 후보들이 군 경력을 내세우는 것은 전시(戰時) 대통령 부시를 비판하면서도 국민의 반감을 사지 않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케리 후보는 베트남 경험을 강조하면서도 참전장병 반전모임의 대변인을 맡은 것을 선전한다. 클라크 후보는 주 방위군 장교로 후방근무한 경력뿐인 부시와 자신을 대비시키며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이 민주당 경선에서 뜬다고 해서 전쟁 수행으로 부시가 얻은 국민적 지지를 넘어 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아이젠하워가 한국전 종식을 바라는 여망을 업고 당선된 선례를 상기시키는 시각도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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