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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요강에 물 갈아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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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요강에 물 갈아넣기

입력
2004.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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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떤 식품회사가 라면에 공업용 우지를 사용해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 회사는 공업용 우지도 식용 우지만큼이나 깨끗해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자 내가 아는 어른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깨끗하다 해도 요강에 밥 말아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요즘 정치권의 물갈이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자꾸만 그때 들은 요강 생각이 난다. 툭하면 판갈이 물갈이 얘기를 하는데 아무리 그렇게 판갈이 물갈이를 한들 무엇하겠는가? 애초에 그 물을 담을 그릇이 요강이고 그 정당이 요강당이라면 말이다.

4년 전 얼굴까지 미남이어서 더욱 참신해보였던 오세훈 의원도 1급수의 물갈이로 정치권에 들어왔지만 결국은 스스로 말하듯 수구정당의 액세서리 노릇밖에 하지 못하고,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하며 불출마 선언을 하고 만 것이 아니겠는가?

바꾸려면 이미 부패의 악취에 찌들대로 찌든 그릇부터 바꾸어야지 그 안에 물 몇 컵 바꾸어 갈아넣은들 무얼 하겠는가? 한 손으로는 요강을 움켜쥐고, 또 다른 한손으로는 그 요강에 물을 채우고 있는 요강 실세들의 손에서는 여전히 구태의 악취가 진동하고 있는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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