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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들이 쓰는 CF이야기]침묵의 주목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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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들이 쓰는 CF이야기]침묵의 주목효과

입력
2004.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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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주위에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친구가 있는가. 그 친구와 함께 하는 술자리는 과연 유쾌할까. 혹 그 친구와 단 둘이 여행을 떠나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 요즘 TV 광고는 때로 지나치게 수다스러운 경향이 있다.너무나 수다스러워서 별로 귀 기울이고 싶지 않은 친구처럼 이런 광고를 보고 나서 돌아서면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개 이런 광고들은 광고회사와 광고주의 욕심이 빚어낸 괴물(monster)이다. 수 억원의 제작비를 부담하는 광고주로서는 15초란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진실은 그 반대편에 존재한다. 말수가 적은 사람이 가끔 던지는 말에 큰 무게가 느껴지듯, 한 광고 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적으면 적을수록 주목도는 높아진다.

국내외를 통틀어 이런 광고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폭스바겐 뉴비틀 광고가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네모난 집, 네모난 디스켓, 네모난 액자, 시계, 전화 등을 쉼 없이 보여주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뉴비틀의 측면을 비춘다. 사각형과 대조되는 곡선과 원을 이용한 뉴비틀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심플한 이미지의 나열을 통해 백마디 말보다 더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최근의 GM대우 '마이너스 할부' CF도 이와 유사한 사례다. 프로모션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배제하고, 15초 광고의 절반인 8초를 브랜딩이나 제품 노출 혹은 어떤 메시지도 배제된 오로지 한 컷의 비주얼에 할애했다. 비주얼의 주요 내용은 한 남자 모델이 요가의 활 자세를 취하며 절묘하게 균형을 잡아가는 장면.

이후 마이너스 할부의 등장을 알게 된 남자 모델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장면을 통해 마이너스 할부제도의 등장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소비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주목도를 높이는 비주얼 임팩트 위주의 심플한 구도로 아주 짤막한 정보만을 주고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과 영업소를 통해 전달하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메시지 과잉의 광고들과는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15초 안에 광고주가 얻어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인식에 각인되는 '단 한 마디의 그 무엇'이다. 이 한마디를 찾기 위한 노력이 성공할 때, 그 광고는 오래 기억되며, 비로소 제품과 브랜드의 인지도 및 호감도에 기여한다. '침묵은 금이다' 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박 상 현/(주)코래드 광고기획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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