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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서울大의 "총장 코드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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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서울大의 "총장 코드맞추기"

입력
200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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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언론사가) 연구결과를 어떻게 해석·보도하든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 입장입니다."'고소득·고학력층 자녀들의 서울대 입학률이 고교 평준화가 시행된 30년간 계속 증가했다'는 내용의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보고서가 발표된 25일 오후. 서울대측은 이례적으로 이 같은 공식입장을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조그만 기사에도 까탈을 부리곤 했던 서울대가 기사를 마음대로 쓰라고 한 것이니 놀랄 일이었다.

서울대는 이 연구물의 대외공개 여부를 놓고 내부 격론을 벌여왔다. 입학관리본부는 "자료의 불확실성, 결론이 야기할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개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으나 연구 참여 교수들은 평준화 정책을 폄하하는 이 같은 결론을 굳이 공개하자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논란 끝에 나온 발표는 당연히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신문들은 일제히 '고교 평준화 제도가 학력세습을 부른다'는 굵은 제목을 뽑아냈다.

그러나 연구 내용에 현행 평준화제도와 고소득·고학력층 입학률 증가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조사항목이 없었음에도 사실상 '평준화 실패'라는 결론이 도출된 점을 놓고 서울대 내부에서조차 뒷말이 많다. 입학관리본부의 한 관계자는 "고교 평준화의 실효성까지 논하기에는 보고서의 결론이 다소 비약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정운찬 총장이 평준화 폐지를 주장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서울대가 연구물의 결론을 무리하게 도출하고, 또 이를 적극 공개한 것이 아닌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서울대의 총장 코드가 민감한 평준화 문제에 공연한 논란을 가져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준택 사회1부 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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