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영화비평가협회는 지난 7일 2003년도 최우수 영화로 독립영화(속칭 인디)인 '아메리칸 스플렌더'(American Splendor·사진)를 뽑았다. 비평가협회는 통상 연말에 그 해 각 부문 최우수 작품과 인물을 뽑아왔으나 이번에는 스크리너 스캔들(평론가 등에게 보내는 시사용 테이프, DVD가 불법유통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미 메이저 배급사가 스크리너 배포를 금지하려던 계획)로 늦어져 연초에 뽑게 된 것.샤리 스프링어 버만과 로버트 풀치니가 감독한 '아메리칸 스플렌더'는 미국 소시민의 일상을 시니컬하게 묘사하는 언더그라운드 만화가 하비 피카의 삶을 실제 배우와 만화, 그리고 피카와의 인터뷰를 섞어 그린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혁신적인 작품이다. 최우수 각본상도 받아 2관왕이 됐다.
최우수 감독으로는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The Lord of the Rings―The Return of the King)을 만든 뉴질랜드의 피터 잭슨을 선정했다. 비평가 협회는 최우수 남우 주연상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에서 코믹하고도 쓸쓸한 중년의 내면을 연기한 빌 머리를 뽑았다. 함께 연기한 스칼렛 조한슨은 신인상을 수상했다.
최우수 여우 주연상은 죽음과 복수가 있는 드라마 '21그램'(21Grams)의 나오미 왓츠가 뽑혔다. 멕시코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가 감독한 영화에서 와츠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복수심에 몸부림치는 여인의 역을 처절하게 보여줬다.
남우 조연상은 영국배우 빌 나이히. 나이히는 '러브 액츄얼리' 'AKA' 'Lawless Heart', 'I Capture the Castle'등 4편의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우 조연상은 절대적 비극 'House of Sand and Fog'에 나온 이란계 쇼레 아그다쉴루가 차지했다. 이란에서 연극과 영화배우로 활동하다가 회교 혁명 때 미국으로 건너온 그녀는 미국에서의 첫 극영화로 영광을 차지했다.
최우수 촬영상은 네델란드의 화가 베르메르(콜린 퍼스)와 그의 하녀이자 초상화 모델인 감수성 예민한 소녀(스칼렛 조핸슨)와의 미묘하고 섬세한 관계를 그린 'Girl with a Pearl Earring'가 선정됐다.
최우수 외국어영화는 프랑스영화 'Man on a Train'. 파트리스 르콩트가 감독하고 프랑스 팝 슈퍼스타 자니 할러데이와 베테랑 배우 장 로쉬포르가 나온 이 영화는 시골은행을 털려고 도시에서 내려온 삶에 지친 범죄자와 그를 식객으로 받아 들이는 은퇴한 교사 사이의 우정을 그린 시적 갱스터 영화다. 업적상은 미 독립영화의 노익장 로버트 알트만( '내쉬빌' '숏컷')에게 주기로 했다.
/LA미주본사편집위원·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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