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대통령 후보가 나왔다.오는 6월 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는 이 나라에서 대권에 도전한 여성은 마수다 잘랄(40). 소아과 의사이자 세 자녀의 어머니로 카불 대학에서 잠시 강의도 했고 1990년대 탈레반 집권 시절 테러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여성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얼마 전까지 여성의 공직 진출을 불허했을 만큼 시대착오적으로 여성을 억압해 온 극단적 이슬람 국가 아프간에서 여성 후보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한 놀라움을 선사한다.
잘랄은 25일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5,000년 아프간 역사에서 한 번도 여성이 정치권력을 잡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여성의 대선 입후보는 매우 중요하다"며 "전국 각계각층에서 고루 지지받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지지율이 어느 정도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프간은 지금도 TV에서 여성 가수의 출연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미인대회 참가도 불허하고 있다.
잘랄은 온건파인 하미드 카르자이 현 과도정부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에 동의하지만 20여년간 계속된 내전과 분쟁에 환멸을 느끼는 국민 상당수가 지지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매우 보수적인 사람들조차도 '맞아, 여자들은 한 번도 분쟁에 끼여든 적이 없기 때문에 국가의 단합을 이뤄낼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고 있다"고 잘랄은 주장한다.
그녀의 도전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6월 과도정부 수반을 뽑는 간선 방식의 종족대표자회의 선거에 입후보해 카르자이에게 도전장을 낸 바 있다. 당시 미국의 지지를 받던 카르자이는 입후보를 철회하면 고위직을 주겠다고 제의했으나 잘랄은 거절했고 큰 표 차로 졌다.
잘랄 앞에는 많은 장애물이 있다. 일부 간행물의 경우 여성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돼 있어 '한 여성'이라고만 지칭하고 있다. 치안이 불안해 유권자 등록이 방해를 받는 등 입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도 문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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