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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스포츠 포커스]어린이 팬 없이 야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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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스포츠 포커스]어린이 팬 없이 야구 없다

입력
200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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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청계천 모래사장은 비교적 넓어 인근에 사는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다. 축구와 공을 주먹으로 치는 야구(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찜뿌 놀이라고 불렀다)를 했고, 학교가 다른 어린이들끼리 패를 나눠 경기를 했던 동네 운동장이었다." '청계천 되살리기'에 맞춰 낚시 전문월간지 '붕어낚시 21'에 연재 중인 송소석씨의 글 한 구절이다. 청계천에서 붕어와 피라미, 메기 등을 넉넉하게 잡았다는 원로 낚시인 송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광복 직후 태어난 필자의 눈에도 청계천 주변 풍경이 선했다. 예전에는 운동장이나 동네 마당에서 찜뿌를 하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찜뿌는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야구와 달리 딱딱한 공 대신 물렁한 고무공이나 테니스공을 갖고 방망이 대신 주먹으로 때리며 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남자 어린이들은 찜뿌를 하다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글러브와 배트를 장만하여 정식 야구를 배우거나 야구 구경 다니는 것을 낙으로 여겼다. 그러나 요즘 찜뿌놀이를 구경하기는 힘들다.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을 찾아 보기도 어렵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후 10여년간은 야구장을 찾거나 각 구단에서 제공한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어린이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만큼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라는 야구의 인기가 시들하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프로 23년째를 맞는 우리 야구에 비상이 걸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해 말 대한야구협회 산하에 꿈나무 육성위원회를 만들고 야구 중흥에 나서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늦은감이 없지않지만 중흥 또는 발전 방안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야구 보급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다행이다. 육성위원장직을 맡은 김인식 전 두산 감독은 "프로야구의 질적향상과 유망선수 발굴, 팬 유인책 강구에 앞서 어린이들이 야구 자체를 좋아하고 가족들과 함께 야구를 즐기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짚은 것이다.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줄어든 요인이 여러 가지 있지만 곳곳에 아파트 등 대형공동주택단지가 조성되는 등 주변환경이 바뀌어 찜뿌라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야구 선수가 된다고 해도 프로 구단은 8개 밖에 안 되는데다 외국인 선수제도 도입으로 입단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그나마 실업야구팀도 모두 없어져 일자리 찾기는 꿈도 꿀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야구에 매달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리틀야구나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에서 선수로 활동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고, 주전선수가 되기 위해선 실력 외적인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선수나 학부모들이 야구를 외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꿈나무 육성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야구가 환골탈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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