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첫 관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선두로 부상한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뉴 햄프셔 예비선거를 3일 앞둔 24일 주도(州都) 콩코드시에서 열린 유세 내내 케리 후보는 '부시 타도'를 외쳤다.때마침 나온 여론조사 결과도 그를 한껏 고무시키고 있다. 시사주간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이날 부시와의 가상대결에서 케리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 당장 선거가 실시되면 부시와 케리 중 누구를 찍겠느냐는 질문에 49%가 케리 후보를 지지한 반면 부시라고 답한 응답자는 46%였다. 코커스와 예비선거 실시로 민주당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부시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케리 진영을 흥분토록 하기에 충분한 여론 동향이다.
뉴스위크의 가상 대결에서 웨슬리 클라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사령관은 47% 대 48%,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 46% 대 49%,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 45% 대 49%, 딘 전 주지사는 45% 대 50%로, 모두 부시에게 열세를 면치 못했다.
부시 대통령에게 시위를 겨누는 케리 후보의 선거 전략은 '성난'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읽은 결과이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승리를 빼앗겼다고 여기는 민주당원들은 본선에서 부시를 누를 경쟁력 있는 후보를 갈망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과 전후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한 딘 후보는 한 때 민주당 지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잇단 실언과 실수에 다른 후보들의 집중적인 공격이 겹치면서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 딘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5일 "후보자들의 정책에서 뚜렷한 차이를 찾지 못한 유권자들이 누가 대통령의 자질과 안목을 가지고 있느냐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유권자들의 표심이 케리의 혜택으로, 딘의 손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케리 후보가 월남전 전쟁영웅으로서 '안전한 미국'을 이끌 수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한 데다 포지티브한 선거운동으로 유권자의 정서에 다가간 것도 그가 승세를 몰아가고 있는 데 동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전문가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딘 후보를 12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는 케리 의원이 뉴 햄프셔주 예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딘 후보를 제치고 민주당 후보 대세론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선거 현장에서 딘 후보를 지지했거나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케리 쪽으로 기울고 있는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미국의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케리 후보는 이날 전국적 환경단체인 보존투표자연맹의 지지를 받음으로써 선거 운동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그가 민주당 후보 티켓을 거머쥘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그의 최근 승세는 딘 후보의 인기 추락에 대한 반사이득의 측면이 강하다. 케리 후보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그 또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가 뉴잉글랜드 출신으로 남부와 서부의 지역적 기반이 약하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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