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검 중수부가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마무리를 처음 언급, 검찰의 행보가 빨라질 전망이다. 정치인과 기업 등 두 갈래 축으로 진행된 수사는 관련자 공개소환과 형사처벌 수순에 진입했다. 마무리 수순은 80여일 남은 총선, 국민들의 수사 피로도, 경제영향 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판갈이, 세대교체 여론과 맞물린 시점도 비리 정치인을 솎아내기에 적기로 보인다.정치인의 경우 이번 주에 6명이 소환돼 구속, 불구속 여부가 결정 난다. 노무현 후보측 이재정 전 의원과 이상수 의원은 26, 27일, 한나라당 서청원 신경식 의원은 26, 28일 각각 소환된다. 한나라당과, 노 후보 진영에서 일한 민주당 인사 각 1명은 주말 소환이 예상된다. 수사 관계자는 "모두 출국금지 조치했고, 여러 명은 집에 못 간다"고 말해 무더기 구속을 시사했다.
6명 중 최대 관심은 한나라당 대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서청원 의원이다. 서 의원은 한화에서 10억원대 불법자금을 받은 것 외에 비제도권 금융기관의 측근인사를 통한 추가 정치자금 수수 혐의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서 의원이 인척 P씨를 통해 명동 사채시장에서 출처불명의 거액을 세탁한 사실도 파악, 관계자들을 불러 대선자금에서 유용된 것인지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결과에 따라선 '차떼기'처럼 한나라당과 이회창 전 총재 측근들의 부도덕성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의 편파수사 시비에 대비해 검찰은 여러 카드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에 비해 노 후보측은 사법처리된 중량급 정치인이 없어 검찰은 자칫 잘못하면 4대 기업의 불법자금 '502억원 대 0원' 논란처럼 형평성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아껴뒀던 '안희정 카드'는 썬앤문 수사가 의외 사태로 번지면서 먼저 꺼내 사용했다. 때문에 검찰은 노 후보측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중량급 '뉴 페이스'를 선보이고, 이미 알려진 인사들의 형사처벌 수위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팀 관계자도 "(노 후보측에서) 서정우 변호사와 같은 역할을 한 인물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사자 반발이 만만치 않고, 그 반발이 폭로전으로 번지는 예상 외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실제 사안의 중함에 있어 A의원이 더하다는 식으로 정치인 2∼3명의 실명과 비리내용이 검찰 수사와 관련없이 나돌고 있다.
수사의 다른 축인 기업수사는 더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관계자는 "(수사대상은) 이미 언급된 기업들 정도"라고 말해 이름이 공개된 10대그룹과 대아건설 등 제보가 들어온 기업들 선에서 수사가 그칠 전망이다. 수사가 기업비리로 선회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희박한 상태다. 정치자금 제공 혐의를 자백받기 위해 사용한 압박카드는 기업비리의 인지(認知) 직전 단계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는 "수사가 불가피한 단계까지 기업비리를 보지 않았고, 일부의 경우도 그 편린만 봤다"고 말해 재계가 우려하는 본격 비자금 수사는 당장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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