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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친구들의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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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친구들의 마누라

입력
2004.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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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어떤 코미디언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를 만나면 꼭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었다."아, OOO 씨, 반갑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단 한번도 자기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니, 자기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인격이 떨어지는 겁니까? 그러면서 왜 반갑다고 팔을 잡아당기는 겁니까?"

물론 그것과는 다르게 나 역시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회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려놓았다.

"어제 나를 보고 너희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자기보다는 자기 마누라가 나를 더 좋아한다고. 그래서 나도 이제 내 친구보다는 그 마누라를 더 좋아하기로 했다. 그러니 다음번 모일 때 너희들은 오지 말고 너희 마누라들을 보내라. 내가 한 차에 싣고 산천 경개좋은 곳 유람도 다니고, 또 그런 경개좋은 곳에 있는 러브호텔도 구경시켜주고, 너희들하고는 안 통하는 문학 얘기도 하마.

이제는 내 책도 너희들한테 안 보내고, 너희 마누라들한테 보낼 거다. 책값을 받을 통장번호도 너희한테 알려주지 않고 너희들 마누라한테 다 알려줄 테니, 이제 집에 큰 돈이 비거든 그게 다 나한테 온 줄 알아라, 이놈들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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