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우리대학의 경쟁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우리대학의 경쟁력

입력
2004.01.26 00:00
0 0

해외대학을 경험할 때마다 필자는 어쩔 수 없이 국내대학과 비교하게 된다. 미국대학들과 비교하면 그들의 풍족한 예산이 가장 부럽고, 학과장이나 학장과 같은 일선행정책임자의 재량권도 부럽다. 풍부한 예산은 높은 보수의 제공으로 최고의 교수들을 유치할 수 있게 하고, 이들은 연구에 전념하여 탁월한 업적을 창출한다.이러한 대학의 연구풍토는 한마디로 "publish or perish"(실적을 발표하지 못하면 망한다)로 요약된다. 엄청난 스트레스가 교수들에게 걸린다. 탁월한 연구업적은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대학의 명성을 높이며, 전세계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유인한다. 양질의 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로 활동하며 높은 소득을 올리고, 이 소득의 일부는 기여금이 되어 모교의 재정을 살찌운다. 이런 대학에는 꼭 졸업생이 아니더라도 사회에 부를 환원하려는 독지가들이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하버드 같은 대학이 없는 것은 대학의 예산이 풍족하지 못해 교수들이 외부강의나 사회활동에 한 눈 팔지 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학문적 풍토를 조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대학들은 교수의 외부강의나 사회활동을 대학과 교수 간의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으로 간주하여 일정시간 이상 외부활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학의 허락을 얻도록 하고 있다.

예산 못지않게 대학발전에 중요한 것은 일선 대학행정책임자의 재량권이다. 교수와 학생의 선발,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교수인사와 급여에 대해 우리대학의 학과장이나 학장들은 얼마나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교수와 학생정원은 교육부의 손에 달려있고, 교육프로그램의 개발도 교육법에 의해 제약된다. 교수업적평가를 할 때에도 말썽의 소지가 없도록 객관성을 강조하여 양적(量的) 기준만을 적용하고, 반드시 필요한 전문가적인 질적 판단을 배제한다. 교수급여문제는 너무 민감하여 아예 아무도 재량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호봉제로 못 박아 두었고, 인센티브를 위한 보상도 전체 예산을 머리수로 나누는 N분의 1이 기준이 된다.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길이 없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이나 싱가포르의 대학들과 국내대학을 비교하면 그들의 개방성에 놀라게 된다. 싱가포르국립대는 미 MIT와 공학교육에 관하여 협력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싱가포르경영대(SMU)는 개교시점부터 펜실베니아대로부터 긴밀한 협력을 받고 있다. 특히 물류산업이 중요한 싱가포르는 싱가포르국립대 내에 물류대학원을 만들어 조지아공과대와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홍콩대의 경우는 개방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예산도 풍족하고 학과장이나 학장의 재량권도 막강하다. 홍콩에서 대학교수의 급여는 사회적으로 최상위 수준이며, 그에 따른 연구와 강의책임도 엄청나다.

필자가 교환교수로 와 있는 홍콩이공대의 회계금융학과에는 90여명의 교수요원이 있으나 정교수는 두 명에 불과하다. 웬만한 국내대학의 정교수 비중이 70∼80%인 것과 비교할 때 홍콩대에서의 승진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교수승진에 학과장과 학장의 평가는 핵심적 요소다.

중국대학들의 개방화를 위한 노력은 현재의 대학리더들이 문화혁명세대로서 영어가 서툴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더욱 놀랍다. 푸단대, 칭화대와 같은 유수대학은 이미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는 경영교육프로그램을 정착시켰으며, 이를 확대하기 위해 해외교육을 받은 중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교수들을 유치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해외인재의 유치를 위해 중국대학들은 기존교수급여의 서너배 이상되는 급여를 서슴없이 제공하며, 이러한 현상을 기존교수들은 담담히 받아들인다. 해외 유수대학들의 현주소와 비교할 때 우리대학의 경쟁력은 심히 우려스럽다.

정 운 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