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일본 후지TV가 공동 제작한 HD드라마 '별의 소리'가 30일 밤 두 나라 안방을 찾는다. MBC가 2002년 2월 TBS와 손잡고 선보인 '프렌즈' 이후 세 번째 한·일 합작 드라마로, 후지TV와는 2002년 11월 '소나기, 비 갠 오후'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다. 돈벌이에 묻혀 재능을 썩히는 작곡가 성재와 자신의 실수로 숨진 애인을 잊지 못하는 미사키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 드라마 '러브레터' 등에서 차분한 연기를 선보인 조현재와 일본의 신예 스타 나카고시 노리코(中越典子)가 주연을 맡았다.19일 시사회에서 미리 만나본 '별의 소리'는 깔끔한 HD 영상이 돋보였지만, 전작에서 반복된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의 소꿉장난 같은 사랑'의 틀을 벗지 못해 아쉬웠다. 박종 MBC 드라마 국장은 "국민 정서상 양국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다 보니 다소 어정쩡한 작품이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일본 제작진의 생각은 어떨까. 후지TV 프로듀서 나카지마 구미코(中島久美子·34·사진)는 "서로를 잘 알자는 첫번째 목표는 성과가 있었다. 이제는 거리를 좁히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쉬움과 동시에 향후 작업에 대한 기대가 담긴 말이다.
양국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이 좋게 말하면 순발력이 뛰어나고 나쁘게 보면 주먹구구식이라면, 일본은 모든 일정을 철저히 계획한 뒤 움직인다. 때문에 갈등이 적잖았다. 일본의 한 기업 사무실을 빌려 촬영하던 중 사전허락 없이 컴퓨터 모니터를 10㎝가량 옮겼다가 '불벼락'을 맞았는가 하면, 일본측이 "실제 운전면허가 없는 나카고시가 운전하는 장면을 찍는 것은 불법"이라며 이의를 제기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나카지마는 "한국은 여유가 있달까, 배포가 크달까, 웬만하면 가보자는 식이어서 솔직히 불안한 순간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꽉 짜인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함을 지녔고 바로 이 점이 아시아 무대에서 승부할 수 있는 강점이 되는 것 같다"면서 "다시 일본 시스템에 돌아오니 한국 방식이 그리워진다"고 덧붙였다.
화제는 자연스레 일본을 휩쓴 한국 드라마 열풍으로 옮겨갔다. "시청률만 보면 일본의 인기 연속극과 비교가 되지 않지만, 잡지들이 한국 배우를 앞다퉈 다루는 등 대중적 관심이 대단하다. 예전에는 마니아만 한국 드라마를 봤지만, 요즘은 가정 주부들이 '배용준 멋지다'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주고 받는다." 그는 "한국 드라마가 젊은 층보다는 30대 이상에게 인기가 있다"고 전하면서 "심리 묘사가 뛰어나고 일본에서는 잊혀진 이야기가 '우리도 옛날에 저랬어' 하는 공감을 끌어내며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조현재가 '프렌즈'의 원빈 못지않게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듀서를 떠나 여자로서 볼 때 조현재는 일본 남자들이 갖고 있지 않은 강인함과 다정다감함을 두루 지녔다."
하지만 제작진도 "어정쩡한 작품"이라고 고백한 '별의 소리'가 과연 일본 시청자들에게 먹힐까. 그는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적잖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과의 문화교류에 의의를 둬 시청률에 크게 연연하지 않지만, 요즘 일본 드라마 특히 러브 스토리가 '빙하기'를 맞은 반면 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어 기대해 볼만 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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