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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이수호 민주노총 새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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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이수호 민주노총 새 위원장

입력
2004.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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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이수호 체제로 옷을 갈아입었다. 30일 제4대 위원장으로 취임할 이 신임 위원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내부 비판자를 자임하고 '총파업 지상주의'를 지양할 것임을 강조해왔다. 그가 내부 좌파세력의 반발을 극복하고 민주노총을 환골탈태 시킨다면 향후 우리나라 노사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한국일보사 인터뷰실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도 변할 테니 정부와 사용자도 구태를 확 바꿔달라"고 주문했다. 그가 앞으로 민주노총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정부와 사용자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또 코 앞에 닥친 총선에 어떻게 임할 것인지를 들어보았다.―위원장 당선을 자신했는가.

"담담한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다. 선거운동을 하며 조합원들도 변화를 열망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서 선거구호도 '우리를 바꾸자'였다. 사회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우리 노동운동이나 민주노총은 얼마나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왔는가라는 질문을 강하게 제기했다."

―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노총의 혁신 요구 및 새 지도부에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 그간 민주노총의 문제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가.

"분단 상황과 군사 독재 등 우리의 특수한 시대적 조건 때문에 다른 진보운동과 마찬가지로 노동운동도 전투적이고 극렬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사용자들이 수백억원씩 정치자금을 갖다 주고 일방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걸 보면 노동자와 동반하려는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노동운동도 다양해져야 한다. 제조업종 대기업의 대형노조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운동방식, 구조, 제도를 고칠 때가 됐다."

―교섭과 투쟁의 병행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집행부 의지가 강해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텐데.

"민주노총이 교섭을 등한시한 적은 없다. 교섭은 상대적이지 않는가. 대화와 교섭을 시도했으나 잘 되지 않다 보니 투쟁적 측면이 부각됐다. 어쨌든 앞으로는 '싸움부터 하고 저쪽에서 급하면 대화를 해오겠지'하는 자세가 아니라 우리가 먼저 대화를 제의할 것이다. 대화와 교섭부터 하고 필요하면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위원장 선거에서 금속, 공공 등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 제조업은 공동화 현상까지 걱정할 정도로 노동자 숫자가 줄어가는 등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노조 운동의 중심으로 가는 전환기가 아닌가 싶다."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나.

"현재의 노사정위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많다. 하지만 사회안전망 같은 것은 여기서 협의해야 한다. 임기가 시작되면 바로 노사정위의 새로운 틀을 만들자고 제안하려 한다. 노사정위는 독자적이고 독립성이 유지되는 동시에 공익위원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노·사·정이 책임있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또 여기서 협의 또는 합의된 사항이 반드시 지켜질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노사관계 선진화방안(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한 평가는.

"정부의 방안은 노동기본권을 상당히 위축시켜 노동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제약을 가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사용자 대항권 강화다. 방안대로라면 노조활동이 무력화된다. 현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이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고 정책기능을 강화해 대안을 만들어 건의하겠다."

―정부가 향후 경제 방향을 일자리 창출 및 청년 취업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연히 임금인상 등에서 노동자의 희생이 불가피해질 텐데.

"고용 없는 성장이 얼마나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가. 나라는 부자이나 국민은 가난한 상황이다. 성장을 추구하는 것도 좋으나 적절히 분배를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일자리 창출은 정년 연장, 비정규직 문제, 심지어 교육 문제까지 얽혀있는 문제이므로 시간이 걸려도 장기적 안목에서 치밀하게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민주노총도 정책연구를 강화해 나름의 근거와 자료를 토대로 적극적이고 총체적으로 정부와 논의하려 한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친노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노무현 대통령도 대공장 노조의 이기주의에 대해 비판했다. 한국노총보다는 민주노총을 겨냥한 지적 같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 등을 리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자동차, 중공업 등 대기업 공장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높다고 하나 잔업, 특근 등으로 임금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런 회사는 몇 개 되지 않고 과장된 측면이 많다. 하지만 사내 하청이나 비정규직 문제는 고민하고 있다. 정규직의 희생 없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어렵다. 노조가 임금 등 자신의 권익만을 위해 싸우고 사회 전체를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연금, 사회안전망, 의료, 교육과 같이 사회공공성 확립을 위한 의제에도 관심을 갖고 싸워 사회 전체를 바꿔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임·단협 교섭은 산별에 중심을 두고 사별, 연맹별, 산업별로 추진하려 한다. 반면 총연맹은 정책과 사회개혁과제 등을 중심으로 사회전체를 위해 싸워나가겠다."

―손배·가압류 해소, 수배 해제, 파업 구속자 석방 등의 현안을 정부가 해결하면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무쟁의 선언과 같은 파격적 선언을 할 계획은 없나.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민주노총은 지도부가 바뀌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재계와 정부도 그에 상응하는 신뢰회복 조치를 해줬으면 한다. 공공부문 손배·가압류는 정부가 취하하면 되고, 노동자 수배·구속도 정부의 의지 문제다."

―4월 총선에 대한 민주노총의 계획은.

"이번 총선은 노동자 대표가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후보도 발굴하고 자금 지원 등도 해나갈 것이다. 특히 울산, 창원 등 노동자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당선자를 내려 한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최소 1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단병호 현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노총이 배출한 스타들도 정치로 나가서 노동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교사생활을 계속했으면 올해로 30년째다. 정년을 교단에서 맞고 싶은 생각은 없나.

"물론이다. 3년 임기가 끝나면 돌아갈 것이다. 1974년 교사생활을 시작했는데 정말 뜨겁게 했다. 70년대말 서울 신일중으로 옮겨왔는데, 당시 과외망국론까지 나오고 학교현장이 너무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무모하게 느껴져 한번 고쳐보자고 나선 길이 여기까지 왔다. 이것도 우리나라 교사에게 주어진 또 다른 역할이 아닌가 한다. 무엇을 하든 교사라는 직분에서 떠난 적이 없다."

―전교조에서 오래 활동했는데, 교육문제와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언제부턴가 교육이 경제의 수단처럼 휘둘리고 있다. 아파트값 잡기 위해 학교를 세워야 하느니 마느니 하는 발상은 말이 안 된다. 시장논리에 휘둘리면서 교육에 무한경쟁을 도입하려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평준화 해제다. 평준화를 추진하며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전체 교육 수준을 높여온 것이 보이지 않는 힘이다."

―자녀들도 사회운동에 관심 많다고 하던데.

"1남2녀를 두었는데 아버지가 이러니까 사회운동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있다. 대학을 졸업한 큰 딸은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다. 유치원, 초등학교 다니던 가장 예민하던 때, 전교조 결성하고 쫓겨다니고 감옥가느라 10년간 절반은 집에 못들어갔는데, 필요할 때 없었던 아버지를 잘 이해해줘 친구처럼 지낸다."

/대담 윤승용=사회1부장 syyoon@hk.co.kr

정리=문향란기자 iami@hk.co.kr

● 이수호 위원장은 누구

이수호(55) 민주노총 제4기 위원장은 전국교직원노조 15년 역사의 산 증인이다. 교사도 노동자라는 깨우침 때문에 국어교사로서 그가 걸어온 삶은 가시밭길이었다. 영남대를 졸업한 뒤 1974년 경북 울진군 제동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77년 서울 신일중·고로 옮겨 재직하던 중 89년 전교조 결성을 주도, 해직됐다. 98년 선린인터넷고에 복직했으나 교육현장에 1년밖에 서있지 못했다. 노동운동으로 복귀해 99년∼2001년 민주노총 사무총장, 2001∼2002년 전교조 위원장을 역임했다. 전교조 위원장 시절인 2001년 교육분야의 시장원리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연가투쟁을 이끌어 지난해 다시 직위 해제됐으나 올 1월 복직판결을 받았다. 해직기간 동안 전교조 결성 및 재야 활동으로 2년간 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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